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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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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8 [꿀잼 기원] 만든 짤 by 멧가비



제발 7보다 재미있어라



블레이드 러너 2049 탐구 - S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가 by 멧가비


전작에 비해 많은 부분을 "설명"함으로써 추상적인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제거하고, "컬트 영화"가 될 가능성을 배제한 이번 영화. 영화가 여백 많고 지루한 것과는 별개로, 실질적인 내용 측면에서 "모르겠다" 싶은 부분은 사실 거의 없다.


그런 와중에도 전작 만큼이나 모호한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아나 스텔라인'. 영화의 전체를 읽어내는 데에 필요한 key person이라 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인데, 그것은 과연 스텔라인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크게 두 가지로 가정할 수 있다. 첫째는, 자신과 K를 둘러싼 그 모든 "작전"을 (K가 조사한 내용처럼) 표면적인 기록 그대로만 알고 있었을 경우. 둘째는, 적어도 "일이 실제로 어떻게 되었다" 정도의 내막 까지는 알고 있는 경우다. (물론 그 자신이 작전을 주도까지 했을 세번째의 가능성이 있지만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첫번째의 경우, 스텔라인은 K 못지 않은 비극적인 인물이다. 원치 않는 출신 성분 때문에 삶을 모조리 빼앗기고, 평생을 가짜들에 둘러 싸여서만 살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그 자신이 레플리컨트 대반란의 명분이자 상징인 만큼, 어쩌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었는데도 스스로는 그 조차 모른 채 살고 있다는 점이 역시 그러하다. 이 경우에는 영화 마지막의 결말이 감격적인 가족 상봉 쯤으로 포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라면 기억 감정 실력은 좀 떨어지는 거고..)


그러나 두번째일 경우. 작중에서 묘사됐던 인상과 달리, 스텔라인의 진짜 모습은 주인공을 결국 파괴하고 마는 느와르의 팜므파탈 포지션에 가까워진다. 알고 있었다면, 스텔라인은 "K의 기억"이 진짜라는 거짓말, 그리고 그 이전에 "진짜 기억은 주입하지 않는다"는 더 큰 거짓말을 한 것이다. 목각 말에 대한 기억이 진짜라는 말 한 마디가 K의 운명을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스텔라인이 K에게 거짓말을 할 때의 심경이 어땠을지가 또 나뉜다. 자신의 쌍둥이 남매나 마찬가지인 복제인간 K를 속이고 사지로 보냄에 있어서 연민하고 슬퍼했을지, 혹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디코이를 그저 소모하는 정도의 기분이었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감정적으로 보자면 전자가 그나마 뭉클하겠지만, 혹여라도 제작진이 굳이 내막을 밝힌다면 후자 쪽으로 밝혀졌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번 영화에서 전작의 '릭 데커드' 포지션을 실질적으로 이은 것은 늙은 해리슨 포드가 아니라 이쪽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베이비 드라이버 Baby Driver (2017) by 멧가비


여태 봐 온 하이스트 무비 중 눈이 즐겁고 귀가 신나는 등 물리적인 재미로는 단연 1순위다. 몇 개의 시퀀스로서는 이 영화를 "뮤지컬"로 분류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내용이야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클리셰로만 채워졌을 뿐, '베이비'가 듣는 음악의 비트 위에 물리적인 사건을 배치해내는 리드미컬한 감각에 영화의 미덕이 있다. 덕분에 본격 범죄영화로서의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대신 게임 구경하는 감각이 있다. 레이싱 + 건 슈팅 + 리듬 게임을 합쳐놓은 듯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건 영화관에서 할 수 있는 체험 치고는 신선하다.


이 영화에 관련해서 가장 의아한 점은 몇몇 관객들의 리뷰와 달리 공식적으로는 [GTA] 시리즈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독 본인은 연관성을 부정하는 걸까, 아니면 굳이 언급할 정도의 영향은 받지 않았다는 뉘앙스일까. 하지만 GTA 시리즈, 특히 5편을 경험한 관객이라면 그 둘 다 틀렸다는 것을 안다. 4인조 은행 강도, 범죄 코디네이터 등의 소재가 겹쳐서만은 아니다. 그것들이야말로 이미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클리셰니까. 영화가 GTA의 적자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그것들을 다루는 방식이다.


'베이비'의 운전실력과 음악에 대한 집착을 설명하는 초반 묘사. 강도질과 운전 등의 행위가 모두 음악 듣는 사람의 흥겨움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주객전도의 감각은, GTA나 그 아류 게임들을 플레이하는 중 게임 플레이가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듯한 기분을 느껴 본 사람들 다수에게 낯익을 것이다. 범죄 코디네이터가 행동원들을 모아서 계획을 설명하는 "장면" 자체도 그렇지만, 그 공간이 버려진 미싱 공장이라는 것도 그저 우연일까. 영화는 여건이 됐더라면 원래는 LA에서 촬영됐을 터였다. GTA 시리즈의 배경 중 가장 유명한 Los Santos가 사실은 곧 LA가 아니던가.


GTA를 위시한 오픈월드 범죄액션 게임 장르가 없었더라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싶은 영화라고 확신하는 입장에서는, 게임과의 연관성은 구태여 언급하지 않거나 부정하는 듯한 암묵적인 분위기가 적잖이 당황스럽다.





연출 각본 에드거 라이트



블레이드 러너 2049 Blade Runner 2049 (2017) by 멧가비


"후속작"이란 건 크게 두 종류다. 전작의 설정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개진하는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이 주로 그러하고 [007] 시리즈는 극단적으로 그러하다. 또 하나의 부류는 철저하게 전작에 종속적인 경우. 이 영화가 그렇다.


리들리 스콧이 깔아 놓은 디스토피아 비전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 대신, 전작의 '릭 데커드'와 넥서스 모델들의 후일담을 다루는 영화. 드니 빌뇌브가 전작의 "흉내"를 내리란 건 시작부터 자명했다. 여기서 걱정이 시작된다. 굳이 전작의 흉내까지 가지 않아도 빌뇌브는 원체 "있는 척"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란 게, 내가 봐 온 그의 영화들에 대한 인상이었으니까.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가 주는 시청각적 매력은, 80년대 특유의 근본없이 조야한 분위기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지적인 분위기가 빚어내는 독특한 엇박자의 맛이었다. 그 들쑥날쑥한 요소들의 충돌이 오히려 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빌뇌브는 그의 전작들처럼 유려하고 적막한 느낌에 집착한다. 저 세계관의 고요한 분위기는 낯설다. 30년 세월이 그 곳을 그렇게 가라앉혔노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빌뇌브 영화의 쓸 데 없이 많은 여백. 재미가 없진 않으나 재미와 재미 사이의 거리를 너무 멀게 잡음으로써 오는 물리적인 지루함을 뭔가 지적인 것처럼 속이는 개수작은 그의 특기다. 2049의 세계관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경고였던 전작과 달리 이번엔 철저히 데커드와 넥서스들만의 멜로 드라마로, 다루는 이야기의 크기가 오히려작아졌다. 내용물은 작은데 볼륨은 더 커 보이기 위해선 당연히 질소 포장이 필수. 과자는 맛있는데 질소가 너무 많아 질식할 것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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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노골적으로 전작의 '로이 배티'와 대척점에 서도록 고안된 캐릭터다. 로이가 주인공에게 쫓기는 레플리컨트였다면 K는 그 자신이 주인공으로서 쫓는 입장. 단지 포지션의 대비만이 아니다. 로이(와 그가 이끄는 넥서스6 탈주자 무리)의 지구 잠입 그 궁극적인 목적은 권리 주장이었다. 인간과 다르지 않으니 인간과 같은 수명 역시 누릴 권리가 있다는 거지. 가짜 기억이 심어지기도 하는 레플리컨트지만 인간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봐 왔다는 그의 유언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K는 자신이 누릴 수 있었던 "넥서스9"로서의 아주 조금 나은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인간성을 증명, 아니 스스로 확인한다.


로이와 K의 차이는 그들이 "누굴 만났는가"로 명백히 드러난다. 로이는 레플리컨트들의 신체 "부품"을 제작하는 한니발 추를 만났다. 인간과 레플리컨트들의 차이점은 신체의 물리적 한계(=수명) 뿐이었음에 대한 상징이다. 반면 K는 기억을 디자인하는 스텔라인을 만난다. 이미 넥서스9로서는 신체 자체는 인간보다 나으면 나았지 한계랄 것이 없기 때문. K를 번뇌에 빠뜨리고 속이고 또한 각성시킨 것은 모두 "기억"과 관련한 것들이다. K가 자신의 기억을 두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고민했던 것과 달리 로이는 확실한 자신의 기억을 유언으로 남겼다.


로이가 타이렐 회장을 직접 살해한 일과, K가 자신의 부모라고 여겨지는 사람을 만나 한 일 역시 뚜렷하게 대비된다. 사소하게는 매춘(賣春) 레플리컨트와의 협력 관계에서도 둘은 다르다. 이렇게 의도적이고 노골적으로 로이 배티와 명암처럼 대비되는 K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 빌뇌브만의 새로운 블레이드 러너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스콧의)블레이드 러너에 관한 블레이드 영화 쯤으로 남는다.


K 자체에 대한 묘사는 흥미롭다. 앞뒤가 같아 모순이 없던 데커드와 달리, K는 업무와 사생활을 교차하며 보여주는 묘사 안에 표리부동함을 드러내는데, 테스트를 가뿐히 통과하고 상사의 말에도 무표정하게 "레플리컨트로서" 복종하는 그가 집에 돌아와 보여주는 모습은 자유의지와 모순을 가진 여느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인간이 레플리컨트를 만들어 자신들의 노동력을 대체하듯, K는 (레플리컨트보다도 더 하위 계급일 게 뻔한) 인공지능 메이트를 통해 가족의 공백을 메꾼다. 인간으로부터 "껍데기(skin job)"라며 멸시받고 구형 모델들로부터는 배신자 취급을 받는 그 자신도, "사랑을 나눈다"고 믿는(껍데기 조차도 없는) 상대를 스위치 하나로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반면 2049의 데커드는 실망스럽다. 그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수동적인 인물인데다가 전작 마지막에 레이첼을 동반한 탈주가 남긴 여운을 깨뜨리기 위해 나타난 인물이다. 레이첼의 복각판이 나타날 때, 보는 나만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지 정작 데커드 당사자의 반응은 내가 기대한 무언가와는 다르다. 그 시점에서 완벽히 무너지던가, 아니면 [백발마녀전] 2편의 장국영처럼 이야기를 종결짓는 역할 정도로만 잠깐 등장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해리슨 포드가 출연을 고사했더라면 후속작은 훨씬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거나 아예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둘 다 지금의 영화보다는 낫다.



개인적으로는 데커드 인간설을 지지해 왔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나 명확하게 언급하진 않지만 대체적인 묘사가 "데커드는 인간이다"라고 암암리에 인정하는 쪽에 가까워서 그것 하나는 맘에 든다.





연출 드니 빌뇌브
각본 햄톤 팬커, 마이클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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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에 대해 오마주 하기도 했던 [그녀]의 영향을 이 영화에서 찾긴 어렵지 않다. 선후배 작품이 교환하는 상호 모티브를 발견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며 재미있는 감상법 중 하나다. 반면 [내추럴 시티]와도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인상을 받기도 한 건 재미있다고 해야할지 당황스럽다고 해야할지.


영화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포진되어 있다는 점. 거리의 매춘부나 위안용 A.I.처럼 비보호에 노출된 약자가 있는가 하면 블레이드 러너 국장이나 레플리컨트 레지스탕스의 대장 등 주도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인물도 있다. 그 와중에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역시나 '러브'. 언뜻 등장은 전작의 '레이첼'처럼 순종적인 인물인 듯 하지만 동시에, 그의 상사에게 조차 감추는 자의식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위태위태하게 관찰하는 맛이 있다. 비록 두 주인공은 역시나 남성에게 돌아갔지만, 하드보일드 장르에서 나올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인물형에 여성 배우들을 포진함으로써 최소한의 밸런스를 맞추긴 했다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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