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by 멧가비

2018

블랙팬서(0214)  플레이어원(0330)  인피니티워(0425)  데드풀2(0518)  한솔로(0525) 
쥬라기2(0606)  와스프(0704)  베놈(1005)  다크피닉스(1102)  주먹왕2(1121)
스파이더버스(1214)  아쿠아맨(1221)  비틀주스2
제시카존스2  루크케이지2  클록앤대거  크립톤  데어데블3  닥터후11  

트롤 헌터 Trolljegeren (2010) by 멧가비


잘 만든 B 영화의 덕목 중 하나는, 그 자신이 B 영화임을 애써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는 점이다. 잘 만든 B 영화의 뻔뻔함에는 자본이나 유려한 기술이 제공할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쾌감이 있다.


'트롤'이라 함은 북유럽 신화라든가 노르웨이 민담 등으로 전승되는 일종의 골칫덩이 괴물. 그리고 중간계의 아버지 톨킨은 이를 위압적인 몬스터로 환골탈태 시키기도 했다. 이 트롤을 현대의 호러 영화에 등장 시킨다 하면, 미친 과학자 집단의 실험이 낳은 괴물이라든가 등등의 부수적인 재해석이 들어갈 것을 예상하기 마련일텐데.


하지만 이 영화는 노르웨이 전승, 톨킨의 판타지 괴물인 채 그대로의 트롤을 실사 화면에 데려온다. 심지어 리얼리티가 생명인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예컨대, 98년 [고질라]처럼, 신화 속 괴물을 현대 과학이 이해-통제 가능한 무언가로 격하시키는 우를 범하기는 커녕 그 쪽 근처에도 가지 않는단 소리다.


다분히 동화적인 설정을 뻔뻔하게 밀어부치는 패기. 민간 전승에서 묘사되는 모습 그대로, 심지어 주먹코나 세 개씩 달린 대가리 까지 그냥 대차게 보여준다. 과감한 거다. 이 정도 까지 뻔뻔하면 되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등장하는 배우들도 민담 속 요정 비슷한 괴물을 상대하는 연기를 하면서 그것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 진지하기 짝이 없다. "B 영화는 무슨 맛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모범 답안 중 하나가 이 영화의 태도일 것이다.


부러운 일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영화가 있으면 좋을테니까. 맨날 처녀 귀신이나 구미호만 우려먹을 게 아니라, 두억시니라든가 지하국대적, 금돼지 같은 흉측하면서도 토속적인 괴물이 뻔뻔하게 등장하는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신상옥 감독의 [불가사리]가 33년 전 영화다.



본편이 끝난 후 당시 노르웨이 57대 총리인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의 실제 기자회견 영상이 첨부된다. 노르웨이의 송전탑 문제에 대한, 뭔지 잘 모르겠는 이야기인데, 아무튼 총리가 농담인 건지 뭔지 모르게 트롤을 언급하자 옆에서 벙찌는 남자의 표정이 압권이다. 물론 총리의 저 트롤 발언은 정말 민담 속 그 트롤이 아니라, '트롤 가스전(Troll gas field)'을 언급한 거라곤 하는데, 어쨌든 혹여나 저 한 마디에서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거라면 그것 또한 대단한 일이다.






연출 각본 안드레 외브레달


프레디 VS 제이슨 Freddy Vs. Jason (2003) by 멧가비


공포의 괴물이 경쟁하며 희생자를 사이에 두고 입찰 경쟁하는 컨셉으로서는 [사다코 대 가야코]의 까마득한 선배 뻘이다. 영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먹이 사냥터가 겹친 두 포식자의 대결" 되시겠다.


[13일의 금요일]과 [나이트메어] 두 시리즈의 본래 코드는 각각 "방종한 젊은이들의 끔찍한 밤" 그리고 '세대 갈등' 쯤일텐데, 이 잡탕같은 영화가 은근히 양 쪽을 다 살린다. 그리고 괴물들이 숨 고르는 사이를 메꿔 줄 인간들의 이야기도 은근히 재미있다. 오히려 무턱대고 찢고 잡아 뜯기만 했던 본가 시리즈들보다 인간 쪽 스토리를 더 공들여 만든 듯한 인상.


각각의 시리즈를 이원 중계 하는 것처럼 각자 나름대로 학살 쇼를 하다가 30분 쯤을 남겨놓고 본격적으로 맞붙는다. 모처럼 제목에 "Vs" 까지 붙이고 만났는데 킬카운트만 올리는 거 의미 없잖아. 게다가 홈 코트를 바꿔 가면서 대결하는 다채로운 구성. 이 과정에서 인간 캐릭터들이 단순 피해자를 넘어 제 역할들을 톡톡히 한다.


또한 각기 불과 물이 약점이라는 대비성도 잘 부각시킨 점 센스 있다. 작가들이 소싯적에 배틀물 만화 좀 섭렵하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이다. 각자의 무기를 바꿔서 사용한다던가, 태엌와 뎀 딜러라는 클래스 간 개성도 잘 살아있다. 화룡점정, 옥수수밭에서 난장 파티 중인 애새끼들을 불타는 제이슨이 슬라이스 치는 시퀀스는 정말 끝내준다. 그런가하면 프레디가 제이슨의 내면을 탐구하는 장면은 심오하기 까지 하다.


이종 격투기라기 보다는 짜여진 각본이 훤히 보이고 결말이 대충 예상되는 프로 레슬링 같은 만남이다. 승패가 큰 의미 없지만 볼만한 구경거리이긴 하단 소리지. 당시에도, 그리고 여전히 싸구려 기획물 쯤이란 혹평이 중론이지만 언젠가는 이것도 재평가 받아야 한다. 흠 잡을 데가 하나도 없는데.


하지만 단 한 가지 흠. 영화 보면서 인간 쪽한테 유일하게 내가 뚜껑 열린 장면이 있다. 막타를 왜 니가 날려 미친년아.







연출 우인태
각본 데미언 섀넌, 마크 스위프트
캐릭터 웨스 크레이븐

루크 케이지 시즌2 (2018) by 멧가비


시즌1이 루크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그 숙적(?)인 블랙 머라이어의 가족사 이전 가문 내력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머라이어는 그 자신이 유능한 악당이라고 보긴 힘드나, 그렇게 별로 능력도 없는 주제에 탐욕과 자의식은 강하고 허영에 찌든 인물이라 기 빨리는 맛에 보게되는 유형의 캐릭터다. 어떤 면에서는 그래서 순수한 절대악과도 같은 캐릭터인데 그의 부모 세대 까지 등장한다? 비슷한 타입인데다가 대통령이랍시고 더 비싼 머리, 더 비싼 옷에 사고도 더 크게 친 "그 것"이 활개치는 꼴을 수 년간 현실에서 봤는데, 드라마에서 까지 씨발.


그렇다고 주인공 루크를 심정적으로 응원하게 되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역시나 시즌2. 영화로 치면 삼부작의 소포모어. 주인공의 몰락이나 타락을 묘사할 것이 요새로선 거의 확정적인 타이밍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하고 봤는데도, 역시나 그 이상으로 미쳐 날뛰는 게 이번 시즌의 루크였거든. 덩치게 아깝게 원체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경솔하게 구는 면이 있었지만, 애인이랑 말싸움 하다가 주먹으로 벽 치는 건 진짜 최악 아니냐. 보통 그런 거 중학교 때 이후로 하면 꼴불견이잖아.


클레어도 문제인 게, 이 캐릭터가 [데어데블] 시즌1부터 꾸준히 쌓은 호감도가 있어서 어느 정도 상쇄가 된 거다. 초반에 루크더러 생부 만나라고 보채는 부분은, 스토리 진행상 필요한 무리수를 클레어라는 캐릭터한테 할당해 버린 느낌이다. 애초에 이번 시즌 초반에 루크가 지치고 짜증나 있던 건 머라이어의 건재함과 여타의 끊이지 않는 범죄들, 사라져버린 사생활 등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데 자꾸 생부랑 화해하면 분노가 다스려질 것처럼 훈수질을. 그 시점에서 루크가 생부 만나봤자 불 난 집에 부채질 밖에 안 되는 거였다.


루크랑 싸우고 초반에 퇴장 시키기 위해서였던 건지도 모르지. 클레어가 시즌 피날레 까지 함께 했더라면 루크가 할렘 갱 두목이 된다는 이판사판 식 결정은 안 했을테니 말이다. 아니면 로자리오 도슨이 스케줄이 안 맞아서 촬영을 많이 못 했던가. 마지막 회에서 얼굴도 안 나오는 것 보면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


시즌1이 뉴욕 할렘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의 커뮤니티즘과 생활상을 묘사했다면, 이번 시즌은 미국의 흑인 문화권 안에서도 아프리칸들과 캐리비안들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한국 영화에서 한국인들이랑 조선족들 으르렁 대던 장면들도 떠오르고. 아무튼, 자메이칸들이 많이 나와서 덕분에 거의 한 회에 한 곡 이상 씩은 좋은 레게 음악을 풀로 들을 수 있는 점 좋았다. 스티븐 말리 까지 나올 줄이야.


이번 시즌 좋은 점. 디펜더스 시리즈는 대체적으로 영화 쪽보다 악당 묘사가 좋다. 당연한 게, 분량은 영화 한 편 보다 훨씬 긴데 액션은 적으니 나머지 시간에 대화라든가 회상, 일상 장면 등을 잔뜩 때려 넣어서 캐릭터 묘사가 입체적일 수 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악당 놈들은 영화의 악당들보다 훨씬 더 미운데, 그 디펜더스 시리즈 중에서도 머라이어가, 스스로 완전히 작두 탔다고 뻑에 가 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정말 질펀하게 뒈졌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배우 진짜 때려 죽이고 싶게 연기 잘 하더라.


근데 부시마스터를 생각하면 각본 전체는 불만족. 부시마스터는, 루크를 중심으로 보면 도전자이자 또 한 명의 도시 범죄자일 뿐이지만 부시마스터 그 스스로의 시점에서는 그 역시 스톡스 집안에 의한 피해자요 처절한 복수자다. 어쨌든 이렇게 복합적인 인물인데 그 결과는 허무하게도 동포들의 몰살과 그 자신의 복수 실패, 그리고 초라한 퇴장. 루크 말처럼 머라이어와 자멸하는 결말이었다면 좋았을 거다.


물론 머라이어의 딸이 머라이어를 독살하기 까지의 과정에서 부시마스터의 복수심을 이해하고 머라이어에게는 환멸을 느낀 점이 강하게 작용했으니, 간접적으로는 복수 자체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머라이어의 최후를 부시마스터가 두 눈으로 봤으면 좀 좋았겠나.



M (2007) by 멧가비


첫사랑에 대한 영화라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다만 첫사랑이라는 것을 일종의 강박증처럼 개념제시하며 그 표현 방식이 관념적일 뿐. 민우의 첫사랑 이야기인지 미미의 이야기인지, 정신 분열적 첫사랑을 사유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납득 가능한 서사 같은 건 없는 영화니까. 내가 아는 한 가장 파괴적인 첫사랑 영화다.


영화는 첫사랑의 정의를 분열된 기억의 흐릿한 파편 하나 쯤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상대 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진부한 감성을 초현실 호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하기도 하는 그로데스크한 연출 방식. 이 영화 쯤 되면 감독 이명세는 본격적으로 예술 영화 비슷한 무언가에 꽂혔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게 비단 초현실적인 연출 기교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연출 방식은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세 감독 김혜수 주연의 93년작 [첫사랑]에서부터 이미 그러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리에 왱왱 도는 건 "금보다 비싸다는 다금바리" 씬들이다. 선풍기가 돌아가는 횟집 다다미 방에서 민우는 출판사 직원이나 예비 장인을 만나는데, 상대역만 바뀌고 같은 세트에서 같은 앵글, 같은 대사가 반복되는 데자뷔 적 반복. 여기에서는 "반복해서 꾸는 꿈"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보통 똑같은 꿈을 여러 번 꿀 때는 그것이 기분 좋은 꿈인 경우가 드물다. 그리고 언젠가는 꿈 속에서 그 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자각몽의 영역에 들어서기도 한다.


무언가 자각몽의 주체를 압박하고 옥죄듯, 다다미 방이 화면에 등장할 때 마다 같은 방이지만 미묘하게 좁아진다. 실제로 씬 마다 벽을 조금씩 좁혀가면서 촬영했단다. 카메라와 인물 사이에 선풍기가 위치하게 될 때 인물들의 음성은 선풍기 날개에 부딪혀 파열된다. 마치 관객이 저 자리에서 대화를 엿 듣는 것처럼 말이다. 불쾌한 꿈처럼 초현실적인 씬에서 오히려 관객에게는 현장감을 제공하다니. 정말 꿈처럼 뒤죽박죽이다.


민우 스스로는 희미하게 잊었다고 생각하는 첫사랑의 기억이라는 것은 그렇게 불안한 자각몽 쯤 되는 걸까. 아니면 첫사랑을 잃은 후의 파괴된 정신 세계가 그러했다는 걸까. 영화 말미에 가서는 첫사랑을 떠올리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해지고 또한 무의미해진다. 영화는 잊었던, 그러나 잃어버리고 만 첫사랑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민우의 이야기인지, 죽는 순간 단말마처럼 박제되어버린 미미의 주마등인지를 알 수 없게 된다.


이치에 맞는 기승전결이나 이해되는 인과 관계를 버리면 이 영화가 더 편하게 다가온다. 특히나 첫사랑을 잃고 분열적인 후유증을 겪은 기억을 가진 사람에게라면 특히나.






연출 각본 이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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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솔직히, 존나 난해하긴 하다. 내가 씨발 예술 영화라고는 개뿔 모르고 장 뤽 고다르 몇 편 본 게 전부지만, 이 영화처럼 자다 일어나서 보는 기분은 아니었는데. 이건 극장에서만 세 번을 봤는데도 끝내 영화의 장면들이 머리에서 순서대로 정리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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