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2006) by 멧가비


이른바 "체감상 천만 영화"로 꼽히는 대표작. 바꿔 말하면 이렇다. 누구나 다 본 것 같지만 정작 제대로 본 사람은 "내 주변에만 없나" 싶은 기묘한 컬트. 이 영화에 배우 허이재가 나온 건 몰라도 지대한, 한정수 얼굴은 다들 안다. 심지어 나다 씹새끼야는 알면서 김해숙이 나온 것 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더라. 김해숙의 (아들의 살인범은 아껴주면서 정작 친딸은 뒷통수를 갈기는 이상한 엄마지만) "엄마 연기"가 전설적으로 완성된 그 영화인데도 말이다.


어쩌다보니 대표작 없는 유명 배우, 짤방으로 더 친숙한 배우 김래원의 대표작 아닌 대표작처럼 되어버린 것 같던데, 비슷한 시기에 나온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기발하고 재기 넘치는 코미디 수작인데도 아무도 모르는데, 정작 어디 하나 잘 만들었다 싶은 구석이 없는 이 영화는 적어도 클라이막스 씬만은 누구나 아는 영화가 되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한 때 심심하면 케이블에서 틀어주던 때가 있었고 마침 그 때가 백수였어서 지겹도록 강제 감상한 시기가 있었는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김해숙이 왜 김래원을 양자 비슷하게 품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동네 짤짤이 깡패들은 김래원을 그토록 두려워하다가 별 다른 계기도 없이 어떻게 마지막에 태도를 돌변했는지도 여전히 미스테리다.


이해를 하려고 들면 이해되는 부분이 거의 없고, 스토리는 괴상하며 연출은 시대를 감안해도 촌스럽다. 딱히 나쁜 구석도 없지만 좋은 걸 더 없는 이 "그저 그런 영화"가 어떻게 만인의 컬트가 되었는지를 연구해보면 한국 영화를 둘러싼 대중 관심도의 어떠한 특성이 보인다. 바로 "말 맛"의 힘이다. 같은 맥락에서 견줄 수 있는 영화가 [타짜] 되겠다. 5백만 남짓이니 관객 동원에 실패했다 할 수는 없지만 그 영화를 떠올렸을 때 와닿는 문화적 파급력을 고려하면 의외로 낮은 성적. 그러나 "동작그만 밑장 빼기냐"는 누구나 안다. 그렇게 한국 영화는 특히나 말 맛이 좋은 대사들을 가진 영화가 (실제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묘한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국 영화가 대중 관객의 특정한 취향과 인터넷 커뮤니티 사용자들의 농담거리 선정 방식 사이에 놓여있는 연결고리를 연구하는 데에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아주 쓸 데 없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막상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딱히 말 할 거리가 없는 영화이기도 한데, 한 줄로 요약하자면, "드 팔마의 [캐리]를 아주 인상깊게 본 사람이 만든 가족 멜로 느와르 퓨전 괴작" 쯤 될 수 있겠다. 아닌 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캐리]하고 흐름이 똑같다. 이렇게나 빼다 박았는데 두 영화를 같이 언급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특히, 어딘가 어눌한 듯 주변 각다귀들의 괴롭힘을 묵묵히 참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활화산처럼 폭발해서 온 사방을 피칠갑에 불바다로 만든다는 점. 이 영화를 보면서 [캐리]를 안 떠올리는 게 더 어렵지 않은가. 그렇게 잘 나가던 깡패가 아무런 이유 없이 어눌하게 구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래야 설명이 된다.






연출 강석범
각본 강석범, 송민호

덧글

  • 진주여 2019/07/12 15:34 #

    ~는 나가있어
    가 유행이었죠.

    좋은 시나리오와 감동깊은 스토리도 좋지만 가끔 B급 감성 느와르가 땡길때도 있는데
    역시 느와르에서는 분위기와 명대사 이거 2가지만 있으면 되는거 같아요
  • 멧가비 2019/07/13 00:35 #

    나가 있어, 다음에 "뒤지기 싫으면"을 빼놓으면 섭섭합니다.
  • 로그온티어 2019/07/12 21:04 #

    말맛을 즐긴다기 보다는... 인터넷유머 문화 때문에 많이 알려진 거지, 실제로 사람들이 이 영화의 만듦새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급하는 이유는, 만일 이대로 써버리면 뉘앙스가, 사람들이 대사의 리듬감에만 신경쓰지 영화의 퀄리티 (정확히는 개연성) 엔 신경쓰지 않는다는 취지로 읽혀질 수 있어서 거론해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대사의 맛과는 별개로 좋아하고 소비하여 흥행한 영화들도 있으니까요.
  • 멧가비 2019/07/13 02:36 #

    - "A라는 영화를 B라는 특정한 취향을 이유로 대중이 좋아한다"고 쓴 것을, 모든 대중 관객은 B만으로 모든 영화를 본다, 는 뜻으로 굳이 확대 해석할 필요 있나요. 감사하지만 안 해 주셔도 되는 걱정 같습니다. 불특정 타인의 독해력을 무시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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