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레퍼런스의 생명력 연장에는 성공했다. 여섯살 난 조카가 어홀뉴월을 흥얼 거리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그러하다. 낡은 굿즈들 때 빼고 광 내서 다시 팔아보자는 디즈니 수법. 그것 말고 이 영화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영화가 끝날 때 까지 결국 찾지 못 했다. 완전히 똑같은 얘기를, 별로 더 좋지도 않은 그림을 통해 리바이벌 하고 있을 뿐인데.
92년 원작, 당시 그래픽은 굉장히 앞선 시도였고 디즈니 작화는 그 때나 지금이나 최고지. 2019년 지금의 알라딘은, 어디 가서 뽐내기엔 그 정도 그래픽 너도 나도 다 잘만 쓰고 있는 공산품이다. 상대평가를 하자면 이게 오히려 원작보다 기술적으로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월디 측에게는 알라딘 컨텐츠로 다시 재미 좀 보는 이벤트고, 관객은 그냥 스피치리스 하나 건진 거지 뭐. 풀버전 해 봐야 3분 남짓인 그 노래 하나를 위해 두 시간 짜리 영화가 존재하는, 배가 배꼽 위해 존재하는 꼴이다. 윌 스미스는 자신의 코미디 경력을 끌어 모아 궁을 쓴다는 자세였던 것 같은데, 누군가가 보기엔 그냥 스피치리스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이 영화가 받아야 하는 비판은 지금 월디가 계속해서 찍어내고 있는 재탕 실사 영화들 전부가 똑같이 받아도 된다. 이 영화 때문에 이제 막 자라는 어린 애들은 92년작의 보석처럼 아름다운 그림들보다 시퍼런 윌 스미스의 촌스러운 비트박스를 더 익숙해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획을 한 수뇌부들은, [제다이의 귀환] 블루레이 버전에 젊은 아나킨 얼굴 쑤셔 넣은 조지 루카스가 떨어질 불지옥보다 60배 이상 더 뜨거운 데 쳐 넣어야 된다.
연출 가이 리치
각본 가이 리치, 존 어거스트
덧글
아름다움의 시각과 아이들의 관심이 달라진 것인지, 이대로 미학점을 놓아버린 미디어 제작자들의 잘못인지 알길은 없으나 점점 드라이해지는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허나, 세상이 이리 돌아가는 것에 대해 누굴 탓하겠어요. 고칼로리 속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사람들처럼 번쩍이는 효과에 감성결핍에 시달리는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적으로 돌려야 할 지도 모르는데요
예컨대 디즈니보다 비교적 젊은 지브리는 아직 초심을 유지하는 쪽에 가깝기도 하고, 언젠가는 그 둘을 대체할 새로운 컨텐츠 메이커가 나타날 수도 있겠고요. 그냥 단지 디즈니에 불만스러울 뿐이고, 무조건 옛날 게 좋아, 라기 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좋은 것을 구태여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