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Aladdin (2019) by 멧가비


오래된 레퍼런스의 생명력 연장에는 성공했다. 여섯살 난 조카가 어홀뉴월을 흥얼 거리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그러하다. 낡은 굿즈들 때 빼고 광 내서 다시 팔아보자는 디즈니 수법. 그것 말고 이 영화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영화가 끝날 때 까지 결국 찾지 못 했다. 완전히 똑같은 얘기를, 별로 더 좋지도 않은 그림을 통해 리바이벌 하고 있을 뿐인데.


92년 원작, 당시 그래픽은 굉장히 앞선 시도였고 디즈니 작화는 그 때나 지금이나 최고지. 2019년 지금의 알라딘은, 어디 가서 뽐내기엔 그 정도 그래픽 너도 나도 다 잘만 쓰고 있는 공산품이다. 상대평가를 하자면 이게 오히려 원작보다 기술적으로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월디 측에게는 알라딘 컨텐츠로 다시 재미 좀 보는 이벤트고, 관객은 그냥 스피치리스 하나 건진 거지 뭐. 풀버전 해 봐야 3분 남짓인 그 노래 하나를 위해 두 시간 짜리 영화가 존재하는, 배가 배꼽 위해 존재하는 꼴이다. 윌 스미스는 자신의 코미디 경력을 끌어 모아 궁을 쓴다는 자세였던 것 같은데, 누군가가 보기엔 그냥 스피치리스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이 영화가 받아야 하는 비판은 지금 월디가 계속해서 찍어내고 있는 재탕 실사 영화들 전부가 똑같이 받아도 된다. 이 영화 때문에 이제 막 자라는 어린 애들은 92년작의 보석처럼 아름다운 그림들보다 시퍼런 윌 스미스의 촌스러운 비트박스를 더 익숙해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획을 한 수뇌부들은, [제다이의 귀환] 블루레이 버전에 젊은 아나킨 얼굴 쑤셔 넣은 조지 루카스가 떨어질 불지옥보다 60배 이상 더 뜨거운 데 쳐 넣어야 된다. 






연출 가이 리치
각본 가이 리치, 존 어거스트

덧글

  • 타마 2019/10/18 09:12 #

    정말.. 노래는 좋았어요... 노래는 좋았는데... 후...
  • 멧가비 2019/10/19 04:35 #

    그 스피치리스가 원작에서 불려지고 이 영화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평행세계가 어딘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 로그온티어 2019/10/19 00:59 #

    언젠가 제가 조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에 나오는 영화들이나 애니보다 아름다운 작품은 과거에 있었다고. 그러니까 조카가 제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아재서요?"라고 말하더군요.

    아름다움의 시각과 아이들의 관심이 달라진 것인지, 이대로 미학점을 놓아버린 미디어 제작자들의 잘못인지 알길은 없으나 점점 드라이해지는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허나, 세상이 이리 돌아가는 것에 대해 누굴 탓하겠어요. 고칼로리 속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사람들처럼 번쩍이는 효과에 감성결핍에 시달리는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적으로 돌려야 할 지도 모르는데요
  • 멧가비 2019/10/19 04:43 #

    세상 전체가 드라이해지는 과정에 놓였다고 생각하면 그 끝에 뭐가 있을까 싶어 너무 슬프지요. 단지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말처럼, "특정 무언가"의 역사가 길어지면 필수불가결하게 조금씩 변질되는 것일테고, 디즈니의 작품들에 존재하던 문학적, 예술적 측면과 상업성의 비율이 점점 노골적으로 한 쪽에 치우쳐지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그 역사에 비례해서요.

    예컨대 디즈니보다 비교적 젊은 지브리는 아직 초심을 유지하는 쪽에 가깝기도 하고, 언젠가는 그 둘을 대체할 새로운 컨텐츠 메이커가 나타날 수도 있겠고요. 그냥 단지 디즈니에 불만스러울 뿐이고, 무조건 옛날 게 좋아, 라기 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좋은 것을 구태여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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