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Terminator Dark Fate (2019) by 멧가비


어차피 2편 이후로는 수준을 논하는 게 의미가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없는 게 나았을 후속작을 들고 와서는, 나름대로의 오리지널리티라도 갖고 있었던 이전의 후속작들을 전부 무효화한다? 단지 참여한 인물들이 조금 적통에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이거 갑질이잖아. 이전 까지 재밌게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거 다 없던 일로 잊어주시고 이 쪽이 진짜 후속작입니다, 라면서 창작 집단이 관객을 상대로 갑질하는 거다. 그럼 더 재밌게라도 만들던가.


시리즈 진골인 제임스 캐머런이 참여했는데도 이 모냥이면 그냥 이 시리즈에는 답이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긴 게, 그 전에는 마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애초에 [터미네이터]는 대단치 않은 플롯 위에, 세기말 분위기와 아놀드 슈월츠네거의 압도적인 스타성을 얹은 결과물이고, 전설로 남은 그 후속작은 거기에다가 전성기 캐머런의 귀신 같은 연출력으로 짜낸 사실상의 완결판.


1편은 시간을 거슬러 온 암살 로봇이라는 설정에 아놀드 슈월츠네거의 이미지가 자석처럼 달라붙어서 먹힌 거고 2편 그걸 역으로 뒤집어서 딱 한 번 더 먹힌 거지, 사실 두 편은 서사 구조부터가 쌍둥이처럼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미네이터"라는 소재에서 아놀드 슈월츠네거의 스타성을 빼고도 무언가 더 대단한 잠재력이 있을 거라는 모두의 오판이 있었고, 3편이 나오기 까지 약 십여년 동안 아놀드 슈월츠네거는 스타성은 다른 영화에서 이미 바닥이 보일 정도로 싹싹 긁어 먹었다. 피지컬이 전부인 영화에서 그 피지컬이 쇠락했으니 시리즈의 동력은 사실상 거기서 끝이었다.


3편 극장 상영이 마무리 된 시점에서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과 나쁜 비평의 이유를 냉정하게 찾아냈더라면 이후의 시리즈 연장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돈이 되니까"라는 장삿속에서 꾸역꾸역 계속 시리즈를 이어가는, 이 터미네이터 시리즈라는 것의 역사라는 게 그냥 하나의 촌극처럼 보여서 너무 웃기다. 이 영화 쯤 오면 그 웃음 조차 조소로 바뀐다. [제니시스]에서 밑천 다 드러난 꼴을 만천하에 드러냈는데 또 그 후속작이 나올 줄이야...거기에 또 가능성을 걸어서 리부트니 뭐니를 할 줄이야...


가장 황망한 후속작에 린다 해밀턴 까지 데려다 놨다. 이게 제일 블랙 코미디다.




연출 팀 밀러
각본 데이빗 S. 고이어
원안 제임스 캐머런


덧글

  • SAGA 2020/12/29 00:36 #

    터미네이터가 왜 시리즈가 죄다 폭망 테크를 타고 있는지를 잘 정리해주셨네요. 저도 1, 2편까지가 한계였다고 봅니다.

    터미네이터가 시리즈를 이어나가려면 아예 장르를 바꿔야하는데, 그 시도를 했던 4편은 그냥 무너졌죠...
  • 멧가비 2020/12/29 14:38 #

    심판의 날 이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사실은 많지 않았던 거죠.
  • 포스21 2020/12/29 08:17 #

    확실히... 터미네이터 말고도 다른 장기 시리즈 영화도 망할 때는 비슷한 길을 걷죠.
  • 멧가비 2020/12/29 14:41 #

    스튜디오가 의욕적으로 따박따박 내놓는 시리즈물도 망하는 판국에, 아쉬울 때 쯤 하나씩 내놓는 후속작들이 잘 될리가 없죠.
  • 정호찬 2020/12/29 11:59 #

    제임스 카메론이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자기 손으로 끝내고 싶다고 했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멧가비 2020/12/29 14:42 #

    약속은 지키는 남자!
  • DAIN 2020/12/30 04:30 #

    T2이후 미국 시골에서 그냥 버텼으면 터미네이터3 루트, 멕시코 통해 중남미 쪽으로 도망치려고 했으면 다크 페이트 루트~ 였을 뿐 아니지 않나 싶은 ㅎㅎㅎ
  • 멧가비 2020/12/30 14:48 #

    그러네요ㅋㅋㅋ
  • 코드0freeblade 2020/12/31 15:58 #

    원작자가 시리즈 자체를 망친 영화가 된 사례더군요. 존 코너의 대타로 나온 다니 라모스도 캐릭터성이 좀 부족했고요. 결론은 칼 이라는이름을 가진 T-800과 rev-9만 인상깊었습니다.
  • 멧가비 2020/12/31 16:26 #

    저는 그 칼도 바로 전작의 팝보다 별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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