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1984 Wonder Woman 1984 (2020) by 멧가비


노림수로만 가득하고 알맹이는 하나도 없다. 일례로, 부제인 '1984'는 누구나 떠올릴 법한 조지 오웰의 [1984]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고 굳이 시대적 배경이 84년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레트로 열풍에 편승한 것 아니면 그냥 어그로. 그냥 '원더우먼 2'였어도 되는데 굳이.


주인공 원더우먼에 대해서는 갤 가돗 예쁘다,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 올가미 액션은 어느 씬에서든 기가 막힌데 주인공 캐릭터에서 건질 게 그것 뿐이라는 게 처참한 노릇이고, 아무 역할 없는 황금 독수리 갑옷은 그냥 수익모델이겠지. 중국에서 피규어 엄청 팔아먹을 수 있을 것 같던데.


스티브 트레버와 관련된 플롯은 [슈퍼맨 2]와 [핸콕]을 한 번씩만 감상해도 뽑아낼 수 있는 진부한 그것. 다이애나가 스티브를 간단히 인정해버리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부분이 또한 황당한데,사건이 커지지 않았으면 "그 남자" 한 개인의 인생은 그냥 덮어쓰기로 지워질 뻔한 거잖아. 여기서 존나 소름.


크리스틴 위그는 기대와 달리 배우 본인의 엉뚱한 매력이 전혀 없는 NPC 수준. [배트맨 리턴즈]의 캣 우먼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일렉트로를 섞어서 겨우 저것 밖에 못 뽑아내나. 맥스웰 로드는 뻔하게도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풍자가 다소 섞여 있는데,너무 노골적이고 얄팍하다. 위압적인 쪽으로 할지 뻔뻔한 블랙 코미디 형 악당으로 세울지 캐릭터의 방향이 불투명한 채로 일단 부랴부랴 등장부터 하고 본 느낌. 페드로 파스칼 연기 잘 하던데 왜 제대로 안 써먹어.


캐릭터들이 전부 평균 이하로 스테레오 타입인데 그렇다고 그들을 배치한 스토리가 신선하느냐고 묻는다면 그 역시 아니올시다. 어떠한 설명, 핍진성 없이 그저 편리하게 그 자리에 놓여있어서 주인공들의 눈에 띄어버린 만능 아이템부터 일단 한숨 나오시고, 인류애 어쩌고 하는 설교도 그렇다. 내내 아무 언급도 없다가 마지막에 가서 전가의 보도처럼 몇 마디 떠들어 사건을 해결한다고 해서 그게 "주제의식"이나 메시지 따위가 될 수는 없다. [드래곤볼]로 비유하자면, 마인 부우 전 끝자락에 가서 원기옥이라는 듣도 보도 못했던 필살기가 처음으로 갑자기 튀어나온 셈.


보통은 그냥 재미없고 마는데,시국이 시국인 만큼 "슈퍼히어로 결핍" 상태에서 봐서 그런가 더 화가 난다. 애들 영화라고 무시 받으면서도 꿋꿋이 쌓여 온 장르의 역사와 무게감을 10년 이상 퇴보시켰다. 캐릭터 운용이나 주제의식의 깊이만 봐서는 정말로 84년에 만든 영화라고 해도 믿겠다.






연출 패티 젠킨스
각본 패티 젠킨스,데이브 칼러험,제프 존스

덧글

  • SAGA 2020/12/29 00:34 #

    음... 맥스웰 로드 관련 사진을 봤을 때 노골적으로 트럼프...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네요... 그래도 1편의 기대가 있어서 한 번 보러갈 생각입니다...
  • 듀얼콜렉터 2020/12/29 07:15 #

    저도 보고 많이 실망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단점들이 눈에 크게 들어오더군요. 정말 기대하고 봤는데 1편보다 퇴보한 느낌이었습니다.
  • 멧가비 2020/12/29 14:39 #

    시간적 배경으로만 따지자면 80년대가 훨씬 써먹을 게 많을텐데 큰 고민을 안 한 것 같더라구요
  • 포스21 2020/12/29 08:20 #

    뭐 전 80년대 레트로한 감성...이 잘 먹혀서 그럭저럭 재밌게 봤습니다.
    물론 헐렁하고 느슨한... 영화였다는 건 부인할수 없네요. ^^
  • DAIN 2020/12/30 04:24 #

    머 굳이 말하면 수퍼맨2의 여성판에 가깝긴 한데, 거기에 원더우먼 TV시리즈의 정서를 좀 얹고 뽕좀 빨아볼려고 했더니 대놓고 뽕빨 만들기엔 너무 순수한 우화 같은 소재였던거 였지않나 싶기도 합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