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 (1978) by 멧가비


주인공 영걸에 대해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죽음으로부터 사랑받는 남자. 죽음에게서 선택 받고, 죽음을 이기는 "의지"를 배우고, 죽음으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게 만들도록 유혹해 죽음을 회피하고, 죽음으로 가는 길의 길잡이로 지목 당하지만 그 "의지"로서 마침내 죽음을 정복해버린다. 뭔가 추상적이고 장황한 얘기 같지만, 정확히 이 영화의 플롯이 그러하다.


그렇다고 영걸이 삶을 의미하는 역설적 캐릭터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영걸은 숫총각, 삶을 생산하는 행위를 경험해 보지 못 한 자다. 그리고 영걸은 살려할 때 죽음을 만나고 죽으려 할 때 삶을 만나는 자. 즉, 인간 생명의 어떠한 교착 상태를 아이러니하게 상징하는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무지 결론 내릴 수 없는 플롯과 짐작 조차 못 하겠는 의도로 점철 된, 이 세상 모든 컬트 영화들을 모아도 그 중에서 충분히 돋보일 컬트 오브 컬트라 할 수 있겠다. 김기영 감독은 죽기 전에 자기 필모 해설집을 내주셨어야 했다.




연출 김기영
각본 이문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