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턴 반복이라면 반복인데, 플롯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디테일에서만 변주한다. 10년만의 동창회랍시고 바짝 힘줘서 뭔가 무리수를 두려고 했으면 크게 실망했을 거다. 말 그대로 동창회다. 10년의 세월을 겪는 동안 어리버리한 좀비들이 적당한 개체수를 유지하는 등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인물들이 갈등을 겪는 건 좀비와 관련된 생존의 문제 따위가 아니라 그저 그들의 생활 때문이다.
우디 해럴슨은 여전히 수집에 탐닉하며 꽤 원숙해진 과거의 틴에이저들은 여전히 사랑싸움으로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한다. 여기에 새로운 틴에이저의 고민 하나만 끼어들 뿐. 근데 얘는 원래 꼬마 취급 받는 걸 싫어하던 녀석이었고, 우디 해럴슨과 엮이던 유사 부모자식 관계의 나머지 한 축을 바톤 터치 받았을 뿐이다. 사랑하는 좀비 마을 세계관이 10년만에 하나도 변하지 않고 돌아왔는데 다시 사랑할 수 밖에.
새로 출현한 변종 좀비들은 극에 적당한 텐션을 주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히피 공동체는 이 영화의 톤과 너무 잘 어울려서 납득된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건,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 메디슨이라는 새 캐릭터라는 점. 이 메디슨이라는 인간이, 다른 영화에서라면, 특히 다른 심각한 좀비 영화에서였더라면 어그로만 신나게 끌다가 다른 사람들 다 죽게 만드는 민폐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이다. 하지만 우리의 좀비랜드 세계관에서는 인물 누구 하나를 비호감으로 두지 않는다.
익숙해서 편안한 것과 신선한 새 것, 그 것들을 배치한 비율이 더 할 나위 없는 후속작. 그 황금비로만 따지면 제임스 캐머런의 [터미네이터 2]에도 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생각인데, 아니 진짜로 또 10년 후에 후속작 하나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연출 루벤 플라이셔
각본 렛 리즈,폴 워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