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의 비디오 おたくのビデオ (1991) by 멧가비


'오타쿠'라는 단어가 실제 용례에서 그 의미가 어떻게 변질됐는지를 생각하면 흥미롭다. 오타쿠의 역사는 60년대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실제로 오타쿠라는 단어는 아마도 80년대 쯤에 우리가 아는 그 뜻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원래는 SF연구회 등으로 만난 서브컬처 매니아들이 서로를 부르는, 즉 2인칭 호칭이었다. 그러던 것이 그 매니아 본인 혹은 그 집단을 지칭하는 단어로 변해버린 것.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한국에서는 90년대 PC 통신의 활성화 시기에 서로를 '님', '님아' 등으로 부르는 새로운 문화가 생겼는데, 어쩌다보니 그 '님아'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사람 본인을 '님'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대강 비슷할 것이다.


어쨌거나 본작은 80년대 말 이른바 "사이타마 사건"이라는 것으로 오타쿠 집단에 대한 사회 인식이 나빠지자, 그에 대한 일종의 변(辨)의 의미를 담아 제작된다. 애니메이션 파트는 요즘으로 치자면 "인싸"에 해당하는 대학생이 오타쿠의 길에 빠지면서 자칭 "오타킹"으로의 꿈에 도전하는 내용, 그리고 실사 파트는 실제 오타쿠 OB들의 과거 회상 및 오타쿠의 현실에 대해 인터뷰하는 내용이다. 
(가이낙스 창립 멤버인 오카다 토시오의 별명이 오타킹이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는 자전적인 에피소드가 포함되지 않았으려나.)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실제 오타쿠의 세상을 향한 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반전. 애니메이션 파트는 청춘물에서 시작해 치정극과 기업물로 변해버리고, 실사 파트는 실제 오타쿠들이 출연은 하지만 정작 인터뷰 내용은 철저히 각본에 의해서이지 아니면 애드립인지 아무튼 다분히 과장된 내용들이라 보다 보면 페이크 다큐임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오타쿠들을 백안시하는 세상에 대해 던지는 외침 쯤이라고 만들기 시작해놓고선 결국 진지하게 믿으면 오타쿠에 대한 또 다른 스테레오 타입만 기억하게 되는 기묘한 작품이다. 즉 작품 전체가 그냥 거창한 너스레다.






감독 모리 타케시
각본 야마가 히로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