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크라우드 The IT Crowd (2006 - 2013) by 멧가비


작품 자체는 마이너한 타이틀에 애초에 한국에서는 영드 자체가 마이너한데도, [빅뱅 이론]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는 점으로는 그나마 조금 알려진, 너드 시트콤의 전설.


렌홈 인더스트리에 취직한 잰은 이메일을 확인할 줄 안다는 경력을 인정 받아 IT 부서의 매니저로 배속된다. 버려진 땅의 유배지와도 같은 지하 IT부서엔 직원이라고는 로이와 모리스 딱 둘 뿐. (사실은 한 명 더) 이 드라마 속 세계관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IT 너드와 인터넷이 네모낳고 검은 상자인 줄 아는 바보들 딱 두 부류로 나뉜 세상이다. 특별한 동정이나 비난 없이 딱 규격 안에서 냉소하는 영국식 건조한 코미디에 잘 어울리는 소재라고 할 수 있겠다.


뭔가 늘 억울한 로이, 쉘든의 원형(原形)이라고 봐도 무방한 로봇 너드 모리스, 뻔뻔한데 귀여운 잰, 그 외에 온갖 괴상한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어서 좋다. 역시 시트콤은 캐릭터 보는 맛에 보는 거지. 그런데도 미국식 시트콤처럼 캐릭터가 우선이 아니라 '시트콤'의 사전적 의미에 맞게 '상황' 그 자체가 더 재미있다. 특히 게이 뮤지컬 에피소드에서 곤란한 상황들이 시계 태엽 맞물리듯 딱딱 들어 맞아가는 거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감독인 그래엄 라이넌이 전 편 각본도 다 집필했던데, 천재잖아. (그래서 더럽게 지루한 시트콤 [블랙 북스]도 라이넌이 쓴 에피소드는 재미있다.)


의외로 서브컬처 패러디 등의 외부요소 인용이나 말장난 등은 거의 없다. 영국 코미디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식 코미디와는 또 달라서, 서캐즘, 펀치라인 등의 말장난으로 웃기는 경우가 드물더라. 상황과 대사 자체로 웃기는 게 역시나 정통 시트콤이라는 느낌. 패러디가 아예 없진 않지만 이해 못해도 웃기다. 독일인 식인종 에피소드는 신문에 난 실제 사건을 베이스로 한 건데 그거 전혀 몰라도 된다.


억울함, 부조리함, 오해 등에 대한 풍자가 주요 웃음 코드. 그리고 인물들의 캐릭터성도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미국의 장기 드라마들을 보면 캐릭터들이 점점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워낙에 짧게 치고 빠지는 영드 특성상 소재 고갈이 없으니 캐릭터들도 온전히 보존된 채로 종영하게 되는 것. 이 드라마도 전체 분량만 보면 미드 딱 한 시즌 정도 밖에 안 된다. 이름난 미드들 시즌1이 얼마나 몰입감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짐작 가능하다.


미국판으로 리메이크 하려고 파일럿 까지 녹화했으나 결국 불발로 그쳤다. 모리스 역에 동일한 배우를 소모적으로 캐스팅한 것도 웃기지만, 로이 역에 조엘 맥헤일을 기용하려고 했으니 그게 잘 됐겠나 싶다. 맥헤일 본인이야 실력있는 코미디언이니 역할 소화 자체는 수월했겠지만, [커뮤니티]에서의 뺀질한 페로몬 미남 이미지를 한창 가져가고 있던 사람한테 지하에 쳐박힌 너드 역할을 맡기려고 했다니. 모르지 뭐 막상 만들면 잘 됐을 수도.






연출 그래엄 라이넌
각본 그래엄 라이넌, 데렉 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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