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Community (2009 - 2015) by 멧가비



편입 프로그램 중심의 지역사회 전문대학 '커뮤니티 컬리지'를 배경으로 한 캠퍼스 시트콤. 학력 위조가 들통나 자격을 박탈 당한 사기꾼 변호사가 '그린데일 커뮤니티 컬리지'에 등록했다가 금발 미녀를 꼬시기 위해 가짜로 스페인어 스터디 그룹을 만들면서 이야기가 시작 된다. 캠퍼스 로맨스구나, 라고 오해하기 쉽상인 전제와 달리 어딘가 한 부분 씩의 결핍을 가진 사람들의 풍자 코미디다. 하긴, 평범한 캠퍼스 로코를 찍을 거였으면 배경이 커뮤니티 컬리지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내면의 약한 부분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만 일삼는 변호사, 세상의 온갖 분야에서 좋은 사람이고 싶지만 행동하지는 않는 씹선비 금발 미녀, 약물 중독의 과거를 가진 완벽주의 모범생, 부상 전력이 있는 리더 컴플렉스의 풋볼 선수, 아스퍼거 증후군의 천재, 바람 난 남편과 이혼한 중년의 크리스천 주부, 커뮤니티 컬리지를 수십 년째 다니는 괴팍한 인종주의자 노인. 듣기만 해도 벌써 기 빨리는 이 일곱 명이 스페인어 스터디 그룹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 훗날 "그린데일 세븐"이라는 악명까지 얻게되는 주인공 7인방인데, 그 외에도 학과장은 복장도착자에 스페인어 강사는 역시나 자격증을 위조한 중국계, 심리학 교수는 직업 의식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는 영국인 알콜 중독자다.


드라마는 여섯명의 사회적 실패자가 서로의 관계를 통해 일종의 작은 생태계 혹은 소우주를 이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안에서 인종주의, 종교적 강요, 엘리트주의, 호모포빅, 약물중독, 히피, 힙스터 등 미국 사회에서 깔 수 있는 건 다 까기 위해 팝컬처 패러디를 끌어 들여 일종의 풍자극을 벌인다. 낙오자들에 대한 응원과 냉소가 쉴 새 없이 교차되는 테크니컬한 해학이 드라마의 재미 포인트.


그룹원들은 서로에게 있어 필요악으로 진화한다. 서로를 좋아하고 아끼면서도 가끔 진저리를 내고 경멸한다. 타인들에게도 그렇지만 자신들이 모여 만든 그 커뮤니티에게 더욱 그러하다. 자신들의 그룹을 마치 빠져나갈 수 없는 개미지옥처럼 미워한다. 틈만 나면 서로의 약점을 잡아 물어 뜯으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옆에 없으면 불러와 기대고 싶어한다. 애정과 넌덜머리가 혼재된 이 기묘한 관계의 그룹을 그들은 커뮤니티라, 때로는 가족이라 부른다.


즉 이 드라마의 기본적인 태도는 자기애와 자기 혐오의 모순적인 공존이다. 상기해보면 이는 대중 매체를 통해 곧잘 드러내곤 하는, 미국인들이 미국이라는 국가를 대하는 태도와도 같다.


또한 이 드라마는 언제나 차별에 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제프는 가장 표준적인 백인 미남이지만 전직이 "변호사"다. 그에 대비되는 금발 백인 미녀인 브리타는 힙스터이며 스노비스트다. 감투욕의 화신 애니는 유대인이다. 자존감 낮은 체육계 트로이는 고교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꼬마 취급 받으며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이혼한 비만 중년 흑인 여성인 셜리는 가장 차별받기 쉬운 조건을 두루 갖췄음에도 그 자신은 배타적인 것으로는 우주 최강인 개신교 극성 신자다. 베이비붐 세대인 피어스는 나찌 소리를 들을 정도의 인종주의자이지만 커뮤니티 내에서는 그 자신이 언제나 따돌림의 대상이다. 편집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백안시 당하지만 가장 유능하고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벳은 아랍계 미국인이다. 이런 사람들이 상기한대로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경멸하기 때문에, 늘상 종잡을 수 없는 형태로 말썽이 벌어지고 싸움이 일어난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회에서 다시 서로를 찾는 모습을 보면, 마치 이 드라마는 매 회가 평행우주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


물론 캐릭터들이 어떤 상징성을 갖고 어떤 풍자에 사용되는지 일일이 이해하려 들지 않아도 그냥 캐주얼하게 재미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매 시즌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페인트볼 서바이벌' 에피소드는 그 "루소 형제"를 케빈 파이기 눈에 들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며, 대중 매체의 패러디, 장기 떡밥 등의 서브 텍스트들도 정말 무진장 재미있다.


소품 사용이나 배우들의 대사에 포함된 미세한 떡밥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생각하면, 제작자 댄 하몬은 가히 시트콤계의 케빈 파이기다 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전체를 잘 통제하고 있다. 말도 못하게 웃기지만 말로 다 못할 정도로 섬세하다. 떡밥을 던지고 그 시즌 안에서 회수하는 건 숨쉬듯이 기본적이고, 무려 서너 시즌을 지나서 회수하는 떡밥들도 있을 정도.


서브 텍스트 기교도 그러하지만, 뭣보다 에피소드별 소재에 따라 아예 장르를 비틀어버리는 과감성도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참마 살인사건" 에피소드는 [로 앤 오더]를 패러디하다 못 해 아예 극 구성 자체를 정통 수사극처럼 공들였으며, 상기한 페인트볼 에피소드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누아르의 세계로 그린데일 식스를 데려간다. 이렇게 변화 무쌍한 장르 변주에는 베테랑 코미디언인 조엘 맥헤일(제프 역)이나 [SNL]과 '내셔널 램푼' 시리즈 등으로로 전설적 코미디언의 반열에 오른 체비 체이스(피어스 역) 등, 배우들의 훌륭한 장르 소화력이 큰 공이 있다. 잭 블랙, 오웬 윌슨, 말콤 맥도웰, 마이클 아이언사이드 등 까메오진도 화려하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패러디 대상이 생각보다 마이너한 작품들이기도 하고, 미국 문화에 능통하지 않으면 알아먹을 수 없어서 뭔가 교보재가 필요한 풍자들로 가득해 의외로 진입장벽이 높다. 취향 안 맞는 사람에게 아무리 들이밀고 영업해도 영업이 먹히지 않는 드라마 중 하나. 그렇게 "나만 아는 걸작"인 점이 좋지만 반대로, 그래서 계속해서 캔슬 위기가 있었고 꾸역꾸역 어떻게든 끌고 가다가 결국 "Six seasons and a Moive" 중 "and a Movie"를 달성하지 못한 채 완벽히 종영된다.


코로나 분위기가 심해지며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소위 "안방극장"이라는 개념이 전세계적으로 다시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그 마지막 "and a Movie"를 기어코 완성 시키려는 재결합 분위기로 팬덤이 들뜬 적이 있었다. 과연 어떻게 되려나.






제작 댄 하몬
연출 조 루소, 앤서니 루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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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닥터 후]와 더불어 내 인생 드라마 중에서도 특히 최애이긴 한데, 그 [닥터 후] 입문 계기가 이 드라마 때문이니 말 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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