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괴 (2018) by 멧가비


이름을 남기는 괴수 영화나 매력있는 괴수 캐릭터가 조연으로라도 나오는 영화라면 대개 그 괴수의 탄생 배경이 심플하다. 혹은 하는 짓이 심플하다. 고지라는 피폭 당한 공룡, 한강 괴물은 독극물 쳐먹은 수중 생물이다. 심지어 킹콩은 그냥 존나 큰 야생 고릴라야. 초롱이는 어떠한고. 연산군이 수집한 정체불명의 외래종 생물이 역병 걸린 시체를 먹고 자랐다고? 일단 여기서 과부하 걸린다. 


괴수의 탄생 배경이란 곧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와 직결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고지라]는 원폭의 트라우마를 재현, [킹콩]은 원시 자연에 대한 상상을 어트랙션화 한 영화다. 봉준호 [괴물]은 주한미국 독극물 방류에 대한 문제 제기가 깔려있었지. 그러니까 초롱이의 저 조잡하게 분산된 설정은 영화가 이것 저것 하고싶은 얘기가 존나게 많다는 증거 되시겠다. 실력에 비해 의욕이 과하면 여러 사람이 피곤해지는 법.


연산군을 끌어들여서 나름대로 근본 있는 괴담이라는 점도 어필 해야겠고, 역병 이야기로 메디컬 스릴러도 하고 싶고, 민초들의 울분이라는 페이소스로 티켓 천만장 한 번 팔아보고도 싶고. 그래놓고 불안했는지 매력이라고는 1초도 없는 캐릭터들의 냉병기 전투도 쑤셔 넣는다.


애초에 초롱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부터 간결하게 정리 했으면 좋았겠다. 고지라나 킹콩처럼 닥치는대로 깨부수는 쪽일지 아니면 연가시나 에일리언처럼 전파력이 더 무서운 지저분한 크리처일지 말이다. 물론 설정 많고 여러가지 다 하는 크리처가 있긴 했다. 8, 90년대 강시 영화에 말이다.


하지만 그 경우에는 '강시'라는 로컬 언데드가 중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소재여서 별도의 설명 없이도 주의력이 분산될 염려가 없었을 뿐더러 영화 속 강시는 사실상 양산형이라서 개별 개체의 개성을 부각시킬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당시의 정통 강시 영화를 보면 그 전 부터 있었던 쿵후 시대극에 강시라는 소재만 쓱 넣은 듯한 구성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연산군의 환상종 덕질이라는 취미도 생소하고, 근육 뿔룩뿔룩한 4족 보행 괴수가 전염병 까지 퍼뜨리는 투머치한 설정에 까지 적응해야 한다. 배우들이 연기라도 잘 했으면 관객의 부담은 덜 했을 것이다. 


킹콩은 유성 영화 시대의 시작과 함께 공룡, 외부 세계 탐험 등 종전보다 더 역동적인 볼거리에 대한 수요에 의해 탄생한다. 고지라는 패전 후 사회 복구가 한창이던 시점에 등장한다. 이 영화 또한 차라리 요즘에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백성들은 역병으로 죽어 나자빠져가는데 양반 놈들은 마스크도 안 쓰고 주색잡기로 놀아나고 자빠졌으니, 그 시끄러운 잡놈들의 소리가 잠자던 초롱이를 깨워서 와장창 다 잡아먹힌다는 안티히어로적 결말. 차라리 이 시점에 그런 플롯이었다면 아무리 영화가 후졌더라도 최소한 시사하는 바는 논의되고 있었겠지.



결론: 혜리 귀여워




연출 허종호
각본 허종호 허담 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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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이 클로즈업 씬의 인상이나 질감이 피터 잭슨 [킹콩] 너무 심하게 따라했더라. 너무.


덧글

  • SAGA 2021/01/06 00:23 #

    이거... 단장이란 만화가 원작 아니었나요? 단장... 정말 괜찮았는데... 영화는... 한숨만 나오네요. 혜리 보는 맛이 봤습니다만... 연기를 못해서...
  • 멧가비 2021/01/06 02:08 #

    원작은 아니고 표절 시비가 있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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