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고전가 整蠱專家 (1991) by 멧가비


단독 연출을 맡게 되면서 자신의 롤을 조연들에게 어느 정도 나눠주기 시작한 [소림 축구] 이후도 아니고, 한참 주성치 원맨쇼가 작두를 탔던 90년대의 작품인데도 드물게 주인공 포지션이 아니다. 여기에서의 주성치는 관찰자 혹은 안타고니스트에서 조력자로 전역하는 포지션. 


실질적인 주인공 롤은 유덕화가 연기한다. 유덕화 쯤 되니까 주성치가 한 발 물러날만도 했겠다 수긍이 가기도 하고, 유덕화가 맡은 캐릭터 자체가 주성치와는 애초에 결이 다르기도 하다.


제목의 '정고(整蠱)'는 저주라는 뜻도 가지고 있지만 더불어 골탕먹이기, 속이기 정도의 의미로도 통한다. 즉 제목부터가 "전문 사기꾼". 애초에 순수한 주인공 유덕화를 속여먹는, 주성치만을 위한 역할이 따로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의 주성치는 다른 영화들에서 보여줬던 패턴들을 모두 버리고 오로지 '사기'와 '협잡'으로만 9할 정도 채워진 버전의 주성치다. 건실하고 동정적인 캐릭터는 전부 유덕화에게 몰아주고선 말이다.


유덕화를 속여서 인생을 망칠 뻔한 직업 사기꾼인데, 적당히 회개하고 적당히 용서받아서 적당히 해피엔딩으로 극을 이끈다. 그 과정은 대충 얼렁뚱땅인데 아무려면 어떤가 싶다. 덕분에 그 직전 까지 계획 반 애드립 반으로 온갖 사기꾼 짓만 해대는, 정말 신나서 연기하는 주성치의 모습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구숙정, 관지림의 젊은 얼굴이 담겨있다. 굉장히 가치있는 기록 영상이다.






연출 각본 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