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濟公 (1993) by 멧가비


두기봉과 주성치의 두 번째 협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심사관 2'라고 이름 붙여진 그 영화.


주성치 영화는 모두 웃기다는 속설이 있다. 단언컨대 거짓말이거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마도 주성치 필모 도장깨기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관문이 이 영화일 것이다. 형이상학적이고 도그마적인데다가 주성치에게 요구되는 코미디 패턴 요소들은 대부분 제거되어 있다. 아, 웃기지 않다고 했지 재미 없다고는 안 했다.


유불선(儒佛仙)이 뒤섞인 세계관, 특히 주성치 본인이 일단 인간이 아닌 신선이라 초월적인 레벨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기존 주성치의 협잡과 파행적인 해프닝 등은 끼어들 틈이 없다. 주성치는 이 작품에서의 형이상학성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장르적으로 윤색해서 아마도 서유기 2부작에서 재활용했을 것이다. 


남송 왕조 시대 실존했던 '제공(济公)'이라는 저명한 승려에 관한 전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우선 소재부터가 다소 난해한 이야기로 샐 가능성이 높았을 뿐더러, 각본 단계에서 뭔가 대단히 생각이 많았던 게 아닌가 추측된다. [심사관]에 이어 두기봉과 주성치의 궁합이 썩 좋진 않다는 것을 증명한 측면이 없지 않다. 실제로 주성치식 코미디가 아예 빠진 건 아닌데 뭔가 연출 단계에서 잘 살질 않는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다작 감독이던 두기봉이 이 영화 이후 1년 이상을 쉬었다.


아이러니하게도 TV 재방률이 높다고 하는데, 아마 이게 중국 본토 얘기인 것 같다. 내용으로 보면, 중국에서라면 그럴만 하지 싶다.

 




연출 두기봉
각본 소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