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허슬 功夫 (2004) by 멧가비


감히 주성치 시대의 종언(終焉)이라 하겠다. [소림 축구]에 이어 주성치가 단독 연출한 두 번째 영화는 조금 더 주성치 요소들의 패턴이 눈에 띄게 반복되고 있고, 조금 더 홍콩 무협과 일본 만화의 요소가 밸런스 좋게 섞여 있으며, 조금 더 주성치는 한 발 물러나 있다.


주성치가 그의 영화들에서 주구장창(그러나 매 번 재미있게) 반복하던 협잡꾼 캐릭터와 갱생 플롯은 물론 여전하며, 끝에 가서 느닷없이 초월자로 각성하는 건 [무장원 소걸아]에서 써먹은 걸 다시 가져 온 것이다. 비루한 빈민촌에 사실은 쿵푸 고수들이 은거해 있다는 기초 설정은 심지어 바로 전작인 [소림 축구]에서의 그것을 장르적으로 축약했을 뿐이다.


[무장원 소걸아]와 [파괴지왕] 그리고 서유기 2부작를 해체해서 주성치적 요소들을 몇 가지 골라 재조립 하면 이 영화가 될 것이다. 자기복제라면 자기복제일 것이고, 그 보다는 다른 감독들과의 협업에서 써먹은 수법들을 자신만의 감독작에서 자기식으로 재구성한 쪽에 가깝다고 해도 될 것이다. 기존 주성치 테이스트의 집대성인데 하필 오맹달과 완전히 결별한 첫 작품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오맹달도 오맹달인데, 이견인도 없잖아.


상기했다시피 작풍은 주성치의 감독으로서의 연출력의 기본기가 드래곤볼 등 일본 만화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음을 크게 드러내는데, CG를 이용한 과장되고 속도감 있는 연출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지만 영화의 굵직한 전개가 파워인플레식 구조를 밟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한 점을 느낄 수 있다.


감히 주성치 시리즈의 '종언'이라고 운을 띄웠는데, 주성치의 오랜 팬 중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후속작인 [장강 7호]에서의 톤 변화는 마치 케빈 스미스가 [저지 걸]을 찍었을 때 만큼이나 낯설었으며, 이후 작품에는 아예 출연 조차 안 하니 말이다. 상당한 의욕이 느껴지고 그에 비례하게 볼거리도 풍부한데 정작 주성치 특유의 B급 정서라든지 밑도 끝도 없는 코미디 요소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주성치 골수 팬들로부터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하더라.






연출 주성치
각본 주성치, 곽흔, 오수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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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파괴지왕 破壞之王 (1994) 2021-01-12 01:51:54 #

    ... 치 시리즈의 색깔이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부분에 주목하면 좋을 것이다. 특히나 일본 스포콘적인 줄거리는 이후 '주성치가 만개했다'고 평가 받게 만든 [소림 축구]나 [쿵푸 허슬]로도 계승된다. 연출 이력지각본 곡덕소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