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1985) by 멧가비


죽어서 영웅이 되거나 살아 남아 악당(혹은 골칫거리)가 되거나, 라는 오랜 딜레마는 대괴수에게도 얄짤이 없다.


탐관오리와 부패한 왕실을 필사적으로 격퇴해 준 수호신임에도 당장에 많이 쳐먹는다 타박하는 나약한 민초들의 태도는 순간 혐오스럽다가도 일견 동정과 이해가 간다. 농민들의 관점에서는 당장에 땅을 일굴 농기구를 빼앗아 가는 놈은 관군이든 수호신이든 다를 바가 없거든. 적을 물리친 힘이 계속 비대해지기만 한다면 결국 통제불능이 되어 그 힘의 주인에게도 오히려 해가 되어 돌아올 수 있는 법이기도 하고.


민중의 힘으로 왕조를 몰아내는 일종의 혁명 영화이기도 한데, 공산주의 국가에서 표리부동하게도 사실상 왕좌를 세습했던 김정일이 이 영화를 각별히 좋아했고 제작에 일부 관여하기 까지 했다더라. 대체 뭔 생각이었던겨.


날로 먹방력이 좋아지는 불가사리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아미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불가사리의 생명을 거둔다. 이 플롯을 현대로 가져와 반대로 비틀면, 끝까지 책임지지도 못 하면서 애완동물을 가볍게 들이는 폐급 인간들에게 반면교사로 작용할 여지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출 신상옥, 정건조
각본 김세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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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트롤 헌터 Trolljegeren (2010) 2021-01-27 05:09:09 #

    ... 신이나 구미호만 우려먹을 게 아니라, 두억시니라든가 지하국대적, 금돼지 같은 흉측하면서도 토속적인 괴물이 뻔뻔하게 등장하는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신상옥 감독의 [불가사리]가 33년 전 영화다. 본편이 끝난 후 당시 노르웨이 57대 총리인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의 실제 기자회견 영상이 첨부된다. 노르웨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