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ラブレター (1995) by 멧가비


아니 그냥 딱 까놓고, 최고의 겨울 영화이자 최악의 로맨스 영화. 현실 연애 감각과는 철저히 괴리되어 있는, 동화만도 못한 진혼곡이다. 사람이 원래 예쁜 경치라든가 하는 것들에 취하면 아무 소리나 막 하게 되고 무슨 말이든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게 있다.


크게 나눠서 과거의 현재의 여자 히로코와 과거의 여자 이츠키, 두 파트로 나뉘는데 두 쪽 다 최악. 히로코의 관점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 상처가 아직 전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 자신은 누군가의 대체였을 뿐이라는 정황이 드러나서 최악. 이츠키의 관점에서는 기억에서 잊힌 어떤 동급생이 자신을 짝사랑 했었고 자기를 닮은 사람과 연애하다가 죽었다는 걸 알았을 뿐인, 사실은 아무 의미 없는 얘기일 뿐이라서 최악이다. 아니 애초에 듣보 동급생이 자기를 닮은 여자랑 사귀다가 죽었는데 죽으면서 나를 그리워 했다는 걸 알게 되면 소름 끼칠 노릇이지 그거.


남자 이츠키가 첫사랑 어쩌고로 포장되어 비난을 면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죽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지나간 사랑이 단지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머릿속에서 감성적으로 부풀고 미화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영화다. 사랑이라는 것의 그렇게 바보같은 단면을 오타와의 예쁘장한 설경으로 포장했을 뿐이고. 문화 개방 초창기에 들어온 작품이라는 오픈빨도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내게는 영화 말미의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내요"라는 히로코의 외침이, "밥은 먹고 다니냐"로 번역되어 들린다.


재개봉 기념 리뷰인데 어째 까기만 했네.




연출 각본 이와이 슌지

덧글

  • Singchi 2021/01/07 15:44 #

    와~저도 이영화 진짜 싫어하는데 저는 이거 극장에서 봤는데 고문이 따로 없었어요
  • 멧가비 2021/01/07 18:09 #

    이와이 슌지 특) 보기 괴로움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