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과 본의 아니게 페어를 이루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양 쪽 다 보편적이지 않은 가족을 중심으로 '가족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전제를 두고 상수를 바꿔가며 실험한 한 쌍의 다른 결과물과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김태용의 가족들은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정서적 이끌림에 의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고레에다의 가족은 물리적 필요성에 의해 가족을 가장하던 사람들이 서로를 잃은 후에야 가족의 부재를 느끼게 된다는 "결과"를 그렸다는 차이.
화려하게 공연하고 깔끔하게 해체하는 마치 이벤트 유닛 밴드처럼, 시작은 범법이고 그 끝은 파국이었으나 가족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모여 살았던 시간 동안 만큼은 그 어떤 가족보다 진짜 가족이었다. 그러나 진짜 가족이라는 게 뭐냐며 세상을 향해 남긴 반문은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저 가족을,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필요로 했던 이유와 대하는 관점은 서로 달랐겠으나 막상 그들이 가족으로서의 서로를 상실한 후에는 이유불문 똑같은 마음이었을 거라는 점이 슬프다. 그저 체온 비빌 곳 찾아 만나 가족을 이룬 저 사람들이 만약 좀도둑질 없이 선량하기만 했었더라면 세상으로 부터 가족이라 인정 받을 수 있기는 했을까.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 잠깐이라도 마음 부대끼던, 가족이라고 불렀지만 사실은 그들 각자의 외로움의 연대기 속에서 잠시 기대다 가는 쉼터였던 건 아닐까.
연출 각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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