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치 코트를 입은 유럽계 남자가 주차장에서 카타나를 꺼내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서 이미 모든 설명이 끝난다. 아, 이 영화는 어쩌자고 이렇게 본 적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세계관을 강제로 눈에 때려 박으며 시작하는가,
요즘 영화는 오리지널리티가 없고 죄 다 코믹스 실사화 아니면 리메이크 뿐이다, 라는 한탄은 이미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럼 옛날 영화는 뭐 얼마나 대단했길래? 라는 반문이 따라온다. 그 때 보여주면 좋은 작품 중 하나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부족한 기술력을 돌파할 대담한 시도들로 가득했던 80년대의 영화.
각본가인 그레고리 위든은 리들리 스콧의 감독 데뷔작 [결투자들]에서 영감을 받은 후, 스코틀랜드와 영국에 있는 갑옷 박물관 등을 구경 다니면서 시나리오를 구체화 한다. 그러니까 현실 세계 어디엔가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결투를 벌이는 불멸자들이 있다, 는 아이디어를 그냥 혼자 생각해내서 거기에 켈트족 하이랜더 출신이라는 설정 까지 붙이고 눈여겨본 유럽계 배우에게 영어 까지 가르쳐 가며 불멸의 컬트 영화 하나를 만들어냈다는 거지. 음악도 죽인다. 데이빗 보위, 스팅, 듀란듀란, 퀸 등이 이름을 올린다. 이렇게 공들여 만들었는데 극장 개봉 당시는 낭패를 본 것이 아이러니하고, 그러나 그 후에 어쨌든 전체 수익은 크게 재미봐서 나름대로 프랜차이즈화 된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재밌거든.
그 전 까지는 뱀파이어 영화에나 있었을 법한 '불멸자'라는 소재를 인간에게 적용해, 불멸을 탐하는 악당 대신 불멸에서 벗어나고픈 한 전사의 아이러니한 욕망을 그린다. 더불어 불멸자에게 허락되지 않은, 유한해서 아름다운 로맨스의 페이소스도 첨가해 물리적으로는 파워풀하고 정서적으로는 섬세한 밸런스를 맞춘다. 이렇게 써먹기 좋은 세계관이니, 2절 3절에 더 이상 우러나지 않을 때 까지 쪽쪽 빨아먹으려던 제작사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이 영화에서 묘한 무국적성의 전사 혹은 구도자 이미지를 얻은 크리스토퍼 램버트는 이후 헐리웃 B급 액션 시장에서 그만의 독보적인 포지션을 차지하게 된다. 이 형이 멋있는 것도 멋있는 건데, 그거 말고도 존나 짱인게 전 부인이 다이안 레인이랑 소피 마르소.
연출 러셀 멀케이
각본 그레고리 위든, 래리 퍼거슨
덧글
뭐 그건 어쨌든 1편은 볼만했고 - 사실은 너무 어릴적에 봐서 거의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그냥 게임 - 발더스 게이트 1이 이 영화 하이랜더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었던 정도...
그리고 2편은 왠지 SF 가 되버려서 좀 요상...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언제 한번 다시 감상해 보고 싶은데...
3편이후는 도대체 어떤 스토리를 끌고 간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