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半沢直樹 시즌1 (2013) by 멧가비


레벨업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비디오 게임의 무서운 점은, 물고 물리는 퀘스트와 감질 나는 보상 시스템으로 유저로 하여금 그만하고 쉴 수 없게끔 만드는 중독성에 있다. 사실 이것은 비디오 게임 이전에, 잘 만든 연속극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문학적 기원에는 에스컬레이터식 영웅 서사가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수완 좋고 영리하나 적당한 선에서 인의를 지킨다. 그에게는 레벨업의 기반이 되어 줄 적당한 퀘스트가 주어지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선의를 입은 자가 조력자로 합류하고, 그 조력자의 도움으로 그 다음 퀘스트를 수행한다.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아는 영웅 서사의 얼개다. 다만 검과 방패 대신 교섭력과 협박을 무기로 삼았다는 점이 다를 뿐.


금융업과 부패한 관료제 등 하드한 소재를 너무나 익숙한 플롯 위에 얹은 작법이 영리하다. 과장된 연기를 통해 흑백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적당히 스테레오 타입인 등장인물들 역시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잘 되면 승진이고 삐끗하면 좌천, 이 알기쉬운 상벌 시스템도 어느 이야기에나 있는 시스템이다. 여기서의 캐릭터 구성과 플롯들을 고대 검투사의 이야기 혹은 캠퍼스 드라마에 갖다 놓아도 결국은 똑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다만 버블 경제 시대의 뒷처리를 해야하는 세대들의 이야기라는 주제의식은 희미하게 희석되었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흔히 존재하는 뻔한 통속극인가? 결코 아니다. 어려운 얘기를 쉽게 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익숙한 영웅 서사 플롯과 패턴화 된 캐릭터 구성이 있다고 해서 그게 언제나 먹혀들면 다들 그렇게 만들겠지. 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승부처는 역시나 "변주"에 있다. 사카이 마사토, 카가와 테루유키 등의 색깔 뚜렷한 배우들이 장르 연기를 확실하게 수행하고 소소하게 부딪혀 오는 퀘스트들 사이에 존재하는 반전, 긴박한 편집 등 몰아부치는 연출의 힘 등의 가치를 부정해선 안 될 것이다. 앞서 말 한, '한 판만 더, 한 판만 더' 하면서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비디오 게임 하나 만들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분명한 선의를 가졌으나 그 안에는 매서운 복수심도 품고 있으며, 자신의 행동에 자문하면서 더 좋은 길로 스스로 수정하는, 그러면서도 자기연민이나 감상에 빠져 우를 범하는 대신 통쾌하게 할 일은 해 내는 프로페셔널한 캐릭터 하나 만드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아예 고행석의 '불청객' 시리즈처럼, 한자와 나오키라는 캐릭터가 나오는 평행 세계관의 이야기들을 더 다양하게 보고싶어질 지경이다.



개인적인 감상 1 - 은행원이라는 곳이 안 보이는 곳에서 저렇게 크거나 더러운 돈을 천문학적으로 굴려대는 장소이니, 나같은 사람이 공과금 내거나 동전 바꾸러 갔을 때 좆같이 불친절한 것도 씨발 이해가 된다.

2 - 한자와 존나 짱인 점, 장가를 존나 잘갔다. 현모양처인데 우에토 아야라니, 가만보면 이거 판타지다.






연출 후쿠자와 카츠오, 타나자와 타카요시
각본 야츠 히로유키
원작 이케이도 준 (소설 '우리들 버블 입행조 オレたちバブル入行組', 2003)

덧글

  • 듀얼콜렉터 2021/01/13 06:48 #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진짜 끝까지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었죠. 마지막회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온천짤방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ㅎㅎ
  • 멧가비 2021/01/14 16:01 #

    온천짤방 뭔가 찾아봤네요ㅋㅋ
  • SAGA 2021/01/14 00:08 #

    이 드라마 덕분에 사카이 마코토라는 배우한테 꽂혀서 리갈하이까지 정주행을 했었죠. 정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였습니다.
  • 멧가비 2021/01/14 16:00 #

    저는 반대로 리갈하이로 시작해서 넘어왔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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