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오리진스 I Origins (2014) by 멧가비


강박적으로 이성과 논리만을 믿는 남자가,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는 형이상학적인 세계에 이끌리며 겪는 사랑과 상실, 방황과 발견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 이안 그레이가 눈동자만으로 사랑에 빠지고, 눈동자에 대한 정보만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랑을 찾아내는 과정에는 우연을 가장한 운명의 도움들이 가득하다. 그 자신이 이미 비합리의 영역 한복판에 들어와 있으면서도 그것을 부정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 마지막 대화는 상대의 비이성에 대한 경멸이었다.


이안이 그토록 집착했던 눈동자는 어쩌면 영혼을 담는 그릇일지 모른다는 암시가 던져진다. 광신적이라 할 정도로 이성과 논리를 신봉하는 남자가 사실은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영적인 운명을 겪고 있으며, 사랑인지 미련인지 자기혐오일지 모를 복잡한 드라마적 감성으로 자신의 철옹성 같던 아집을 조금 접고 과학과 형이상학 그 중간 지점 어딘가에 서게 된다.


~따위의 이야기는 사실 아무래도 좋다. 영화는 홍채와 영혼의 관계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 주제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일에도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홍채와 유전자에 관한 과학적인 무언가를 성실하게 설명하려는 하드 SF적인 영화가 애초에 아니다. 그보다는 'drama queen'같은 한 남자가 상처난 자아를 나르시시스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관찰하는 영화일 뿐이다.


이안의 모든 서사는 '나르시시즘'으로 함축 가능하다. 이안은 실재하는 것만을 믿으며 이론과 논리가 관념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기며 그것들로 가득한 자신의 자아를 사랑한다. 형이상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매한 사람들을 경멸하지만 눈동자만으로 사랑에 빠지는 자신의 낭만적인 충동을 사랑한다. 소피가 얼마나 영적인 사람이든 상관없지만 그런 소피가 주도권을 쥐거나 자신을 꺾으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 그는 소피를 사랑한 게 아니라 소피같은 독특한 사람에게서 사랑받는 자기 자신을 사랑한 것이다. 소피를 잃음으로써 이안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발견하게 된다. 자기 확신과 만족으로 가득하던 자아가 사실은 불쾌한 오만과 자기애로 가득함을 인지한 순간 그는 길을 잃는다.


자신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부정(否定)하게 만든 과거의 망령. 그 환생일지도 모르는 아이를 찾는다는 것은, 일견 감동적이거나 뭉클할지 모르나 사실 그에는 어떠한 구체적인 의미도 없다. 그 아이가 정말 소피의 환생이라 한들 영화 이후에 무언가가 달라질 거라고는 추측하기 힘들다. 이안이 갑자기 이성보다 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으로 변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가 얻은 것은 그저 자기 위안이다. 약혼자의 죽음 직전에 경멸했던 기억에 대한 후회, 죽은 약혼자의 사진을 보며 자위하는 모습을 아내에게 들킨 자괴감,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던 누군가가 아닐지 모른다는 공포 등으로부터 잠시 벗어났을 뿐이다.


홍채와 환생 사이에 있을지 모를 영적인 관계를 탐구하고 소피의 눈동자를 닮은 아이를 소피의 환생이라 여기며 끌어안고 우는 일련의 행위는, 그토록 경멸하고 무시했던 "소피의 영역"을 뒤늦게 존중함으로써 자신은 자기혐오에서 벗어나는 고도의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안이라는 캐릭터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런 모순들에 있다. 그가 가장 혐오할 법한 부류를 닮은 것이 가장 큰 모순. 이성을 "신봉"하며 그 외의 것에는 배타적인 모습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결국 그가 생각하는대로의 사람이 아니었다.




연출 각본 마이크 카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