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 (2006) by 멧가비


이유도 없고 그냥 어느날 갑자기 생명의 탄생이 꺼졌다. 영화는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샤말란식 재난물처럼 시작한다. 영화 속 세계관을 성서적으로 해석하자면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형벌이 내려진 지구다. 생명을 거두는 대신, 더이상의 새 생명을 내려주지 않는 벌이라니, 이건 사실상 현존 인류에게도 종말 선고가 내려진 것. 어차피 남은 인간들이 서로를 죽일테니 말이다.


실제로 영화는 그런 인간의 모순적인 부분에 집중한다. 더 이상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지 않는 재난에 절망해서 이미 존재하는 생명을 서로 빼앗는다는데 이걸 모순이란 말 외에 무엇으로 설명하랴. 여기서의 생명을 '에너지'로 바꾸면 석유 한 통 뺏으려고 석유 넣은 차를 빵빵 딸려대는 [매드 맥스] 시리즈가 되는 거겠지.


밑도 끝도 없는 샤말란식 재난이다, 라고 서두에 묘사했지만, 출산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세상에 반드시 닥칠 현실적인 디스토피아이기도 하다. 실제로 출산율이 급격히 줄고 있는 이 나라의 (복지는 국가부도라고 멍멍 짖으시던) 높으신 분들의 뇌에 직접 때려박아주고 싶은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의 말미에 의문은 남는다. 사실 인간만이 번식불가라는건 지구 입장에서는 전혀 디스토피아가 아닌데? 그래서 클라이막스의 아기 울음 씬은, 성서적 무드를 잔뜩 묻힌 연출빨을 빼고 나면 사실 그렇게나 거룩할 일도 아니다. 지구 입장에서는 해충이 하나 또 늘어난 거고, 인류의 입장에서는 죽고 죽일 대상이 하나 더 늘어난 것 뿐이니까.





연출 각본 알폰소 쿠아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