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半沢直樹 시즌2 (2020) by 멧가비


시즌1은 한자와가 선친의 복수를 겸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과장된 연기, 과장된 캐릭터 끼리의 충돌이 마치 영웅과 악당의 대결 구도처럼 보였는데 시즌2는 또 다르다. 이번 시즌은 한자와도 뭔가 목청이 더 커졌고, 대적하는 상대들의 비열함, 으름장이 더욱 과장되어 마치 야쿠자들의 나와바리 싸움처럼 보인다. 야쿠자 없는 야쿠자 드라마잖아 완전히.


말이 빠르고, 소재가 무겁고, 태도가 진지하고, 논박과 논파의 공방이 흥미진진해서 눈치채기가 어려운데 잘 보면 캐릭터들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 대부분이 만화톤이다. 일본 실사화 매체는 왜 다 만화 같냐며 조롱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 드라마도 거기에서 전혀 벗어나 있지를 않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실사 영화나 드라마가 만화같은 톤으로 연기한다고 해서 필패는 아니라는 것이다. 원론적인 소리지만 재미있게 만들면 제 아무리 대사 톤이 아무리 만화 같아도 먹힌다는 거지. 물론 이 드라마의 경우는 다들 양복을 입고 나와서 더 리얼한 톤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도 있다.


두 시즌을 보고 나서 이 드라마의 마력에 대해 요약하자면, 필요없는 잔가지는 앗싸리 생략하는 과감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자와 부부 사이에 아들이 존재는 하는데 거의 안 나오고, 한자와 같은 성격에 어떻게 연애를 걸어서 하나 같은 밝은 아내를 뒀는지도 모르겠고, 한자와라는 사람이 평상시에 직장 내에서 어떤 평판을 받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사건과 사건 사이에 존재할 법한 사소한 생활감은 다 거세해 버리는 것. 그런 점들이 드라마를 타이트하고 재미나게 만든다. 


게다가 한자와와 적대하는 사람들은 마치 한자와라는 사람을 처음 만나는 듯이 군다. 그가 얼마나 집요하고 냉철하고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지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는 것처럼 얕잡아보다가 필연적으로 물 먹고 짜져버린다. 한자와의 성과는 언제나 리셋되는가. 특히 쿠로사키, 맨날 물 먹으면서 맨날 촐싹대. 한자와에 대해 데이터를 착실히 쌓아두고 경계하는 건 오오와다 뿐인 것 같다. 한자와에게 계속해서 도전자가 따라붙게 만드는 이런 양식미 역시 드라마의 미덕이라면 미덕이겠다.


[드래곤볼]에서 오공은 '자신의 존재가 계속 악당을 불러오는 것 같다'고 소회한 바 있다. 이 드라마는 파워 인플레와 에스컬레이터식 대결 구도라는 플롯 구조만이 아닌, 한자와의 캐릭터성 또한 드래곤볼스럽다. 한자와를 건드리는 놈들은 죄 다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는 놈들 뿐이야. 마치 불빛에 뛰어 드는 벌레처럼, 구린 놈들은 한자와라는 중력핵에 자꾸 들러붙는다. 그러다보니 실력 대 실력이라는 정면승부 보다는 약점을 잡아내서 무너뜨리는 소모전 원패턴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다. 한자와처럼 뒤가 깔끔한 적대자랑 진짜 건곤일척으로 겨루는 것도 좀 보고 싶다.


근데 사실 그런 게 다 의미가 없는 게, 한자와는 이제 프리더랑 싸워도 이길 것 같다.



두 시즌 요약 - 문학적 깊이나 미학적인 요소는 전무하나 오로지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매체만이 줄 수 있는 연속성의 쾌감을 극한 까지 뽑아 먹은, 정말 드라마 같은 드라마.







연출 후쿠자와 카츠오, 타나카 켄타
각본 우시오 켄타로
원작 이케이도 준 (소설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ロスジェネの逆襲',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