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만달로리안 The Mandalorian (2019 - 2020) by 멧가비


이 드라마의 가치를 논하기 위해서는 '클래식 삼부작'과 나머지 극장용 영화들을 비교해야 할 필요가 반드시 있다. '클래식'의 매력이 생활감 묻어나는 우주 어딘가에서 아웃사이더들이 좌충우돌 벌이는 흑백 뚜렷한 무용담이라는 점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프리퀄 삼부작'의 문제는 바로 생활감의 부재에 있다. '클래식'에서와 달리 저 우주는 제다이 카운슬이라는 희대의 우주 꼰대 집단의 정치적 패착을 지루하게 보여주기 위한 공허한 공간일 뿐이다.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들을 아무래도 좋은 곳에서 떠들고들 있는 것. 게다가 제다이 바겐세일이야, 신비감 마저 없다. 반대로 '시퀄 삼부작'은 그렇게 까지라도 하면서 '프리퀄'이 나름대로 쌓은 성과들을 도루묵 시켜버리는 무례한 스토리 진행. 그리고 '클래식'의 신드롬급 인기가 제다이의 사랑 놀음에서 오는 건 줄 아는 인지부조화.


이 드라마는 '클래식'이 가졌던 픽션으로서의 장점을 잘 이해했고 그 존재 가치를 인정했으며 후속작으로서의 계승의식에 충실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이라 단언할 수 있다. 계속 '생활감' 얘기를 했는데, 생활감이라는 건 저 시공간 불명의 우주가 공허하지 않게 만드는, 주인공들이 정말로 살아있는 사람이라 믿어 응원하게 만드는 디테일을 말 한다. [새로운 희망]에서 루크와 라스 부부가 식탁에 둘러 앉아 마시는 '퍼런 우유' 따위가, 드로이드 상인들에게 제시하는 이런 저런 조건들 따위가, 건달과 공주가 주고 받는 유치한 말싸움 따위가 캐릭터들이 단지 대본대로 움직이는 가상의 인물을 넘어 저 세계관 안에 정말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디테일인 것이다. 고독한 용병이 자신이 의지하는 종교적 율법에 따라 아이를 보호한다, 이 얼마나 명쾌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이야기인가. 딘과 카라가 공유하는 동업자간의 애환, 만달로리안들 사이의 계파적 긴장감. 저 이야기들에 조잡한 정치놀음이나 유치한 로맨스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터스켄 한 놈이 커다란 칫솔로 반타 이빨 닦아주는 정말 사소한 쇼트에서 나는 그만 뒤집어 지고 말았다. 그래 저거야, 저게 스타워즈 생활감이라는 거지. 이렇게 세계관의 활력이 담보되어야, 거대 괴수든 제다이든 뭐든 나왔을 때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게 된다.


본령은 우주 활극이다. 베이스로서 서부극과 찬바라의 장르 연출을 적재 적소에 빌려다 쓴다. 심지어 그 두 장르가 한 에피소드에서 동시에 교차로 이뤄지기도 한다. 최초에 조지 루카스가 구로사와 아키라를 벤치마킹했음을 상기하면 이건 분명한 원점회귀다. 두 시즌의 기본적인 플롯은 [아들을 업은 무사]의 이미지에서 힌트를 얻은 것일테고, 에피소드 중에선 저 고전인 [공포의 보수]를 오마주한 것도 있더라. 그냥 막이 아니라, 정말 잘 갖다 쓴다. 플롯을 잘 짰다는 소리다.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앉아서 탁상공론만 하는 대신 열심히 발에 땀 나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플롯 말이다.


아소카 타노 실사판 첫 등장도 좋고 보바 펫 다시 본 것도 반가운데 역시나 루크 스카이워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개취로 [라스트 제다이]의 루크를 좋아한다. 모종의 이유로 경력이 무너진 채 폐인이 된 과거의 영웅이 괴팍한 스승이 되어 새로운 세대의 희망을 육성하는 얘기, 이거 엄청 좋아하거든. [내일의 죠], [울트라맨 레오], [소림축구] 등등이 다 그렇게 시작하는 얘기다. 새로운 희망이었으나 결국 저주스러운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스 베이더와 요다 그 중간 쯤 되는 어딘가에 박제되어버렸다는 비극적인 면도 좋았다.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 이후 시간도 꽤 흘렀고 '시퀄 삼부작'이 완료된 상태에서 조금 더 거리를 두고 다시 보니 "그 루크"는 '클래식'의 루크가 "되어서는 안 되는" 모습이더라. 정확히는, '클래식'의 팬이라면 그런 루크를 반길리가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어둠의 포스 냄새만 풍겨도 다리가 풀리는 신경쇠약 제다이 마스터는 이미 봤으니, 정말 번듯한 마스터의 아우라를 뿜는 카리스마 대장 루크의 미래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정말 대놓고 '시퀄'을 무시한 채 독자적인 스토리 노선을 개척하겠다면 지지할 것이다. 마크 해밀이나 해리슨 포드야 그렇다 쳐도, [라스트 제다이]를 유작으로 남긴 캐리 피셔를 생각하면 정말 통탄할 노릇이지만, 냉정하게 시리즈의 미래만 보면 그 쪽이 낫다.


대부분 드라마 최고의 장면으로 루크 등장 씬을 꼽던데, 나는 시즌2 첫 화에서 만도가 모스 펠고로 향하는 씬을 꼽는다. 스피더 타고 마을로 천천히 진입하는데, 이거 완전히 서부극에서 떠돌이가 터벅터벅 말 타고 마을 입구 통과하는 장면인 거다. 우주 클린트 이스트우드라고. 주점에 들어가서 바텐더랑 얘기 주고 받다가 보바 펫 갑옷 입은 놈이랑 만나는 데 까지의 시퀀스, 마카로니 웨스턴 팬이면 이 시퀀스에서 지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음악 까지 엔니오 모리꼬네 풍으루다가 따악.



원점으로 돌아가서, '스타워즈'에 있어 이 드라마의 의의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을 다시금 고양시켰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 연결 된 집 찾으러 휴일 반납하고 돌아다닌 나 같은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시간 되면 클래식 삼부작도 다시 보고 다시 리뷰 쓰고 싶다.


케빈 파이기에 밀려 평가를 덜 받는 감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존 패브로는 바로 그 [아이언 맨]을 탄생시킨 감독이다. 그런데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 까지 손을 대서 심폐소생술을 성공해냈다. 파이기 만큼이나 월트 디즈니에 중요한 인물이 돼버렸구만. 철갑옷 입은 영웅 이야기는 이제 존 패브로에게 모두 맡기시라!






연출 존 패브로, 데이브 필로니, 로버트 로드리게즈, 타이카 와이티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外
각본 존 패브로, 데이브 필로니 外

덧글

  • 듀얼콜렉터 2021/01/22 06:34 #

    저도 정말 시즌1-2를 재밌게 봤습니다, 말씀하신 부분들이 다 공감이 가구요, 진짜 클래식팬들을 의식하고 작정하고 만들었단 느낌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디즈니가 시퀄트릴로지랑 한솔로로 스타워즈 프렌차이즈를 거의 다 말아먹고 대안점으로 만달로리안을 만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 만달로리안을 기점으로 해서 시퀄트릴로지는 무시하고 독자적인 노선으로 갔으면 좋겠네요, 보바펫 시리즈도 따로 나오는걸 보면 그렇게 되는게 거의 정석인듯 싶습니다.

    저도 존 패브로가 설마 죽어가던 스타워즈 프렌차이즈를 되살릴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말씀하신대로 아이언 맨도 그가 만들었고 진짜 디즈니의 숨은 공신이네요 ㅋㅋ 정글북 실사판도 대박냈고 디즈니에서 평생공로상도 수여했는지라 디즈니에서의 위상도 높을듯 싶습니다.
  • 멧가비 2021/01/22 14:30 #

    아무리 큰 돈줄이라지만 그렇게 까지 만신창이가 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한번 놀랐고, 그런데 그걸 보란듯이 회복시켜놓은 것에서 두번 놀랐네요
  • 듀얼콜렉터 2021/01/26 07:09 #

    황금알 낳는 거위배를 가르고 난후 다시 재수술해서 봉합한 느낌이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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