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러닝 맨 The Running Man (1987) by 멧가비


그러니까 이 플롯이, 우리로 치면 시민 항쟁의 현장에서 발포를 거부한 군인이 학살의 혐의를 혼자 다 뒤집어 쓰고 체포되어 살인 엔터테인먼트의 무대에 불려진다는 이야기다. 비극적인 근대 시위 대학살의 역사가 없는 미국이니만큼, 소재를 가리지 않고 원작의 풍자적인 무게감을 걷어내면서 까지 굳이 슈월츠네거표 B급 오락 영화로 소비하는 게 정말 미국 답다면 답다고 할까.


주인공의 역삼각형 몸매를 잘 보여주기 위한 쫄쫄이에, 적당히 발목 잡아 줄 80년대식 미녀 히로인. 거리낌 없이 죽여도 왠지 괜찮을 것 같은 짜증나는 악역들 까지. 슈월츠네거의 오락배우로서의 상업성을 뽑아내려는 장치들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 완전히 적중하진 못하고 어딘가 빗나간 느낌이 들어 버린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잘 만들어놓고선 그걸 활용도 못하고 휘뚜루마뚜루다.


슈월츠네거 필모 중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의 공통점, 슈월츠네거에게 근육과 펀치라인 말고도, "연기"라는 게 있다는 걸 간과한다는 것이다. [코난] 시리즈처럼 보디빌더 이미지 뿐이었던 초창기 작품군을 제외하면, 심각한 마초 후까시이든 아예 확실하게 과장된 만화적 제스처이든, 슈월츠네거는 액션 사이에(그 나름의) 연기도 충분히 같이 보여줄 수 있는 배우다. [터미네이터], [토탈리콜], [트윈스] 등의 이름 남은 필모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 영화도 결국 슈월츠네거의 배우로서의 일말의 쓸모를 무시하고 스티븐 킹의 사회파 문학적 비전 까지도 외면해버린 결과물이다.


근데 사실 난 이 영화 좋다. 슈월츠네거 나오는 영화는 사실 그 당시 다 좋아했었는데, 그 슈월쨩한테 못 되게 구는 약장수 같은 악당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니 재미가 있을 수 밖에. 보면 안 되는 나이에 봐서 더 그랬을 수도 있고.






연출 폴 마이클 클레이저
각본 스티븐 E. 수자
원작 스티븐 킹 (동명 소설, 1982)

덧글

  • 무지개빛 미카 2021/01/20 20:51 #

    의외로 좀 현실감이 있던것이 저런식으로 범법자들에게 사면이란 달콤한 미끼를 주고 데스게임을 통한 엔터테이먼트를 만들경우 사람들이 정말 저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은 주 마다 사형제가 있고, 없고 하다보니 미국이라면 충분히 저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여자히로인이 진실을 알게되자 바로 러닝맨에 투입되어져 입막음을 당하려고 했던것을 보면 왠지 모르게 아놀드 주연의 '이레이져'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 멧가비 2021/01/21 16:22 #

    저랑 비슷한 느낌으로 보셨네요ㅎㅎ
    결론: 미국이라면 가능
  • 포스21 2021/01/20 22:00 #

    소설을 본듯도 한데?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영화는 유튜브에서 볼수 있을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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