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몰리션 맨 Demolition Man (1993) by 멧가비


동시대 3대 근육 배우들의 공통점, 나름대로 그럴싸한 SF 출연작 하나 씩은 갖고 있다. 아예 레전드인 [터미네이터]를 제외하고서라도 슈월츠네거에겐 [토탈 리콜]이 있고, 반담에겐 [타임 캅]이 있다. 스탤론한테는 이 영화가 있지.


욕설은 물론 섹스도 금지될 정도로 엄숙주의로 철갑을 두른 제도권 이면에는 쥐고기도 기꺼이 먹는 지하세계가 존재한다. 그러니까 이게, 집 청소를 하랬더니 보기 싫은 건 벽장에 대충 때려 넣고 스스로 뿌듯해하는 꼴이다. 사람도 슬픔, 분노 등 감정의 부정적인 측면을 받아들이지 않고 조증 상태만 유지하려다간 감정에 고장이 난다. 하물며 복잡다양한 "사회"인들 오죽하랴. 당장에 총 든 괴한 하나도 공권력이 처리하지 못 하는 사실상의 무정부주의 상태나 마찬가지이게 된 게 영화에서 묘사하는 완벽주의 비폭력사회의 현실이다. 범죄에는 확실한 철퇴를 내릴 정도의 최소한의 야만성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술을 쳐 마시고 뭘 했어? 가중 처벌해야지.


하지만 꿈보다 해몽이고, 근육 배우들의 SF가 대개 그러했듯이 그러한 양극화 디스토피아적 배경 설정은 근육으로 때려 부술 또 하나의 놀이터일 뿐 작중 진지한 고찰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는 [토탈 리콜]도 언감생심이고, 슈월츠네거로 치자면 [여섯번째 날] 정도 되는 스탤론 필모라 봐도 되겠다.


[타임 머신], [화씨 451] 등 개성 있는 SF 작품들의 세계관을 적당히 차용하면서도 오리지널리티와 위트가 있는 세계관. [람보]와 같은 이방인, [저지 드레드]처럼 반골 공무원의 익숙한 스탤론 캐릭터를 그러한 신묘한 미래 세계에 데려다 놓는 기획은 좋은 아이디어다. 90년대 중반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기, 80년대 근육 스타들의 자리가 좁아지는 시점에서 시대착오의 냉동인간이라는 캐릭터는 자조적이기 까지 하다. [스피드] 직전의 샌드라 불럭이 여주인공이다. 즉 키애누 리브스 같은 댄디한 마스크에게로 액션의 계보가 넘어가는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반대로 웨슬리 스나입스에게는 [패신저 57]에 이어 액션 스타 이미지를 굳히기 시작한 작품이다. 원래 정극 연기력이 좋은 배우인데 액션 배우 이미지를 굳히게 된 계기라는 점에서 리암 니슨에게의 [테이큰]과 비슷한 의미를 갖는 필모일 것이다. 다만 스나입스는 원래 무술 유단자라서 어차피 이 길로 들어설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 중에 꽤 많은 숫자가 이 영화의 사이먼 피닉스 역할을 웨슬리 스나입스가 아닌 데니스 로드맨으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일본 버블 경제 끝자락의 흔적도 엿 볼 수 있다. [로보캅 3]와 더불어 헐리웃 영화에서 일본 문화에 대한 경의와 경계를 드러내는 거의 마지막 세대 쯤의 영화이기도 하다.






연출 마르코 브램빌라
각본 대니얼 워터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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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포스21 2021/01/20 22:09 #

    은근히 재밌었던 영화죠. ^^
  • 멧가비 2021/01/21 16:23 #

    90년대 영화들 재밌죠ㅎ
  • 듀얼콜렉터 2021/01/22 06:20 #

    아니 스탤론횽한테는 또 다른 SF 명작인 저지드레드도 있지 않습니까!?(퍽) 죄송합니다, 농담입니다 ㅎㅎ

    그 당시에 볼때 다른건 몰라도 타코벨만이 페스트푸드 업계에서 살아남았다는건 상당히 실소를 자아냈죠, 그때는 그리 큰 프렌차이즈가 아니였으니깐요, 뭐 지금도 고만고만한데 미래예지는 틀린것 같습니다.
  • 멧가비 2021/01/22 14:29 #

    그게 미래예지라기 보단 그냥 PPL이었을 겁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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