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퀼리브리엄 Equilibrium (2002) by 멧가비


키애누 리브스는 [스피드]를 통해 샤프한 미남 액션 배우의 시대를 열고, 웨슬리 스나입스는 [데몰리션 맨]으로 연기파 배우의 액션 스타로의 전업 사례를 남긴다. 스나입스는 또한 [블레이드]라는 작품으로 '하이브리드 액션'이라는 정체불명의 서브 장르를 소개함으로써, 땀에 절은 런닝 대신 잘 다려진 외투 자락을 펄럭거리면서 발차기를 날리는 스타일을 유행 시키기도 한다. 그 트렌드를 [매트릭스]가 본격적으로 싹 틔운 직후에 노골적으로 의식해서 나온 게 이 영화 되겠다.


[매트릭스]처럼 실존철학의 냄새를 슬쩍 풍기면서 뭔가 문과 풍의 SF를 만들려는 야심찬 계획에는, 조지 오웰의 [1984]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 역시 포함된다. 그 [화씨 451]의 실사화 감독이 누군지를 떠올리자. 누벨바그 감독의 아방가르드 공상과학을 재해석해 만들어진 21세기의 SF 분서갱유! 캬, 와꾸 죽이지. 다만 [화씨 451]의 우민화 정책이 시민들에게 통속과 말초적인 쾌락만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이 쪽은 반대로 쾌락의 원천을 차단해 시민 사회를 기계 공장 톱니처럼 돌리는 식이다. 그런 면에서는 마찬가지의 누벨바그 SF [알파빌]의 영향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황당하고 흥미롭다. 프랑스 예술 영화들을 적극적으로 우라까이 해서 만든 영화가 정작 오우삼 풍의 후까시 가득한 액션 컬트라는 점이 말이다.


약물 까지 동원해서 시민의 감정을 거세하려는 리브리아 정부, 그렇다면 그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아니, '통제'라는 상투적이고 추상적인 단어 말고 진짜 목적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국 답은 누수 없는 고효율의 생산성이다. 정말로 시민을 기계처럼 통제할 수만 있다면 생산성은 엄청나게 증대할 것이고 사회는 불협화음 없이 굴러간다. 하지만 그걸 위해 들이는 수고에 비해 정작 실질적인 통제력은 초봄 살얼음처럼 너무나 얇고 불완전하다. 문화대혁명의 홍위병과는 달리, 리브리아 시민과 클레릭들은 일백퍼센트 자의로 번견(番犬)이 된 게 아니기 때문에, 리브리아의 권력이라는 것 역시 언제든지 계기만 있으면 즉각적으로 전복될 가능성을 한 바가지 품은 채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영화가 현실보다 덜 잔인한 법이다. 뭐 그 쪽이나 이 쪽이나 지도자가 의욕만 넘치고 생각은 없었다는 점은 매한가지겠지만.






연출 각본 커트 위머

덧글

  • SAGA 2021/01/22 01:24 #

    이 영화의 홍보 문구가 매트릭스는 잊어라... 였더랬죠. 건카타만 기억에 남고 스토리는 하나도 머리에 남지 않은 그런 영화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 이 영화에서도 숀 빈 옹은 사망했더랬죠...
  • 멧가비 2021/01/22 14:26 #

    건카타 나오는 영화가 더 많았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 듀얼콜렉터 2021/01/22 06:13 #

    진짜 SAGA님의 말대로 건카타만 기억에 남았네요. 그래도 크리스쳔 베일이 배트맨이 되기전에 액션스타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도 의미가 있는것 같습니다.
  • 멧가비 2021/01/22 14:27 #

    심지어 당시 커트 위머 감독은 크리스천 베일이 배트맨이 될 것을 예언했다고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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