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 King Kong (1933) by 멧가비


20세기 초는 동물원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영장류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더 드물었다. 그래서 1913년 [정글의 야수], 1918년 [타잔] 이후 이미 소위 '정글 영화'라고 하는 어드벤처 장르가 인기를 끌던 시절. 외부 세계에 대한 탐구심과 동경에는 초기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분위기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이르러서는, 1903년 [대 열차 강도] 이후 수 십년이 지나 1925년 [잃어버린 세계]와 함께 화면 트릭을 이용한 이른바 '특수 촬영'이라는 드디어 주류 영화의 중요한 도구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노상에서 깽판치는 거대 괴수의 이미지를 "히트 시킨" 영화인데, 지금에 와서 보자면 인종 묘사에 다소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미국의 그 '프론티어 정신'이라는 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게 역사로 증명되기도 해서 어느 한 쪽으로 평가하기가 미묘한 면이 있다.


그러나 스톱 모션, 애니매트로닉스, 매트 페인팅, 광학 합성, 스크린 합성, 미니어처 등 초기 특촬 영화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모든 기술이 총동원 된 호화로운 구성에, 괴수가 창문에 눈을 들이밀고 사람들을 노려보는 클리셰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뭣보다 도시에서 깽판 치는 괴수 이야기를(최초로 한 것은 [잃어버린 세계]이고) 흥행 시킨 장르적 공은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워낙에 오래된 영화이고 70년대 쯤 가면 이미 "거대 고릴라"라는 소재가 마치 공공재처럼 쓰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당대에 가졌던 상징성이나 존재 가치가 지금에 와서는 꽤나 퇴색된 감이 있다. 사실상 특수 효과의 역사를 공부하려는 교보재로서가 아닌 이상, 이 영화를 지금 보면서 정서적인 영향을 받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고. 반대로 말하면 피지컬적인 상징성 만큼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피터 잭슨이 이 레퍼런스를 현대물로 재해석하지 않고 원작의 배경과 설정 그대로를 조금 더 윤색해 굳이 시대극으로 만든 것은, 이 원전 자체를 현대적으로 복원하고자 하는 팬보이의 반혼술(反魂術) 같은 게 아니었을까.






연출 머리언 C. 쿠퍼, 어네스트 B. 쇼드색
각본 머리언 C. 쿠퍼, 러스 로즈, 제임스 크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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