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의 개들 Reservoir Dogs (1992) by 멧가비


캘리포니아의 2류 범죄자들의 이합집산이라는 명쾌한 플롯. 타란티노는 그렇게 대경력의 문을 연다. 범죄를 모의할 요량으로 둘러앉은 갱들이 시시껄렁한 주제로 수다를 떨고, 총에 맞았다고 징징대면서 울고, 개중 지독한 한 놈은 흥겨운 복고 음악에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경찰의 귀를 잘라낸다. 타란티노의 출사표는 이렇게 평단을 열광케 할 새로운 파도를 몰고 온 것이다.


타란티노 본인이 이 영화에 대해 말하는 인터뷰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영화의 플롯을 [용호풍운]으로부터 베꼈다고 당당히 밝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외에도 타란티노가 비디오 대여점 아르바이트 시절에 봤을만한 홍콩 누아르들의 기본적인 톤이나 마카로니 웨스턴의 피카레스크적인 면도 두루 갖추고 있다. 단순히 유명한 영화를 카피해봤다 너스레 떨만한 게 아니라, 총으로 가장 폼나게 사람을 쏴 죽이는 동서양의 두 장르를 전혀 어색함 없이 혼합한 데에다가 신인 감독으로서는 발칙하리만치 자신의  (앞으로도 두고두고 써먹을) 스타일을 너무나도 확고하게 꽝꽝 찍어내고 있다.


[용호풍운] 베낀 영화라 말하는 것은 한 수 배웠다 따위의 겸손 같은 게 아니라, 큰 플롯을 베껴왔음에도 이건 너무나 내 영화라는, 너무나도 타란티노스럽게 도발적인 자평이질 않는가.





연출 각본 쿠엔틴 타란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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