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픽션 Pulp Fiction (1994) by 멧가비


애수의 치정극이라던가 배신 당한 갱단원의 처절한 복수극 같은 거 없는, 제목처럼 싸구려 범죄소설 잡지에나 실릴 법한 사실은 시시한 이야기들 일색이다. 갱단의 히트맨이 똥 싸다 죽었다던가, 그 갱의 보스는 항문에 괴롭힘을 당했다던가 하는, 어떻게 죄 다 똥꾸멍 같은 이야기들 뿐이질 않나. 하지만 타란티노는 결국 다 똥꾸멍으로 끝나는 이 영화를, 그가 오마주한 펄프 잡지들처럼 시시하게 놔두질 않는다. 타란티노는, 놀랍게도, 장편 영화 연출 단 두번째만에 영화라는 매체로 장난질을 치기 시작한다.


저급 종이로 만들어진 펄프 잡지에 인쇄되어 읽히고 잊히면 그 뿐인 통속적 3류 범죄 에피소드, 거기에 "편집"이라는 묘수가 더해지면서 서사와 인과관계를 뒤섞는 독특한 전체그림이 완성된다. 존 트라볼타는 영화 중반에 이미 똥 누다가 사망했지만 관객은 강도 커플을 쫓아 보내고 식당에서 유유히 걸어 나가는 모습을 기억에 남긴다. 사무엘 잭슨은 극 초반에 갱에서 은퇴하고 대부분의 사건에 개입하지 않지만 클라이막스의 영웅이다. 죽은 자도 살려버리는 마법의 편집.


그 뿐인가. 브루스 윌리스의 아버지가 금시계를 "똥꼬"에 감춰 베트콩으로부터 지켜냈다는 회상 인서트는, 그 금시계를 찾으러 집에 갔다가 똥싸개 존 트라볼타를 죽이고 결국 빙 레임스의 똥꼬를 지켜주게 된다는 해프닝 앞에 삽입된다. 세 남자의 똥꼬 이야기를 연달아 배치하는 센스라니, 그러고보면 보스의 가방 안에 든 그 무언가는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타란티노는 데뷔작의 바로 차기작, 못말리는 괄약근 누아르로 대중과 평단을 열광케 한 것이다.






연출 쿠엔틴 타란티노
각본 쿠엔틴 타란티노, 로저 에이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