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프루프 Death Proof (2007) by 멧가비


[킬 빌]에 이어 꽤나 탄력을 받은 타란티노는,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화광 아이덴티티 형성에 밑거름이 되어 준 장르들에 호들갑스러운 찬양을 바치고 관객에게도 동참을 권유하는 (그 짓을 더욱 거창하게 하는) 또 하나의 영화를 내놓는다.


이 영화가 포함된 완성품 [그라인드 하우스]는 숫제 극장 상영 시스템 자체에 대한 오마주이며, 그 중 절반의 파트인 이 영화는 카 익스플로이테이션, 액션 스턴트, 슬래셔 등에 바치는 타란티노의 아멘이요 할렐루야다. [킬 빌] 때에 비하면 조금 더 B무비 집약적이고 비주얼 카피는 꽤나 자제하고 있다. 이 영화는 다른 장르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전작인 [킬 빌]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눈에 띄게 두 파트로 나뉜다. 전반부는 상기했듯 익스플로이테이션 시대에 대한 오마주인데, 의도적인 편집 미스와 필름 스크래치 등으로 너스레를 떨고 술집 주인으로 직접 출연해 자신의 취향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내비게이터 역할을 자청한다. 브릿지에 출연하는 보안관 아저씨는 [킬 빌]에서(그리고 그 전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인물이다. 즉, 이 시점을 지나 오리지널 타란티노로 전환된다는 거지.


후반부는 타란티노 본인의 에고로 넘쳐난다. 미녀의 발 페티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시작하고, 'Twisted nerve' 벨소리, 레드 애플 주스, Vipers 로고 등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 없이 [킬 빌]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여성 캐릭터들 역시, 아마도 타란티노 본인의 취향에 가까울 것이다. 어쩌면 오히려 영화는 여성 캐릭터들의 성향을 기준으로 전, 후반이 나뉜다고 봐도 상관 없다. 전반부 인물들의 면면을 보자면 거의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술에 취해 있으며 껄떡대는 남자들과의 줄다리기에만 시간을 다 쏟는다. 직업들도 불분명하고 그 중 유일하게 직업이 공개되는 '정글 줄리아'는 지역 라디오 DJ 자리를 얻기 위해 해 온 노력들이 떳떳하진 않다는 묘사가 있다.


반대로 후반부 인물들은 넷 다 확실한 직업을 공개하고 있으며 남자 와 술 없이 자기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반부 인물들은 모두 참혹하게 몰살 당하고 후반부 인물들은 통쾌한 복수를 한다. 하지만 이것을 타란티노가 어떠한 보수적인 여성관을 드러낸다고는 해석하기 보다는, 구식 슬래셔의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 피해자들과 타란티노 풍의 프로페셔널한 여성상의 차이를 구분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할 요소를 두루 갖췄던 [킬 빌]과 달리 이쪽은 자기취향적으로 너무 하드코어다. 동시상영에 극장에 대한 추억을 가졌거나 익스플로이테이션 취향이 있거나, 라는 너무 매니악한 집단에게만 어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영화지만 타란티노 본인도 훗날 인정했듯이 분명한 패착이다. 때는 바야흐로 타란티노에 대한 평단과 일반 관객의 기대치가 고루 최고조에 이르렀을 2007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끝으로 타란티노는 현재까지 연거푸 시대극만을 이어간다. 타란티노 세계관 제 2기가 시작되는 시점인 것이다.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각본 쿠엔틴 타란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