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임파서블 Lo imposible (2012) by 멧가비


'재난물' 하면 롤랜드 애머리히의 이름이 즉각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이 영화가 당황스러운 것은, 그 재난물 황금기의 영화들이 관객에게 학습시킨 몇 가지의 공식들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상 현상을 예측하는 국가 기관이 없다. 모두가 코웃음 칠 때 홀로 헌신하는 과학자도 없고 성조기 그 자체인 해병대라든지 무감각하게 죽어나가는 군중이 없다. 영웅이 없고 내러티브의 인과관계도 없고 사필귀정, 권선징악의 메시지도 없다.  쓰나미 오고 사람 죽어, 그게 전부다. 영화에는 그저 타국에서 무력하게 아파죽겠는 평범한 한 가족이 있을 뿐이다.


거대 고릴라의 저글링을 맨 몸으로 견디던 강철인간 나오미 왓츠는 죽음의 문턱을 반보 밟는다. 이완 맥그리거는 더 이상 포스가 함께하지 않아 막연히 가족을 찾아 헤맬 뿐이고, 아직 방사능 거미에 물리지 않은 톰 홀랜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산가족 메신저 역할 정도다. 태국 땅의 쓰나미 앞에서 백인 여행객이라는 특권계층 신분은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덕분에 관객은 재난을 명분삼은 미국식 영웅의 자아도취에 합승하는 대신, 재해를 직격탄으로 얻어맞는 인간의 고통을 단말마까지 처절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코스믹 호러? 우주의 신 까지 불러올 필요도 없다. 작은 나라 어느 해안가에서 우리가우습게 보는 자연이 조금 변덕만 부려도 우리는 우주의 대공포 앞에 무장해제 된다. 운 좋게 살아남으면 인류애요 희망이요 떠들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얻는 거고, 디폴트 값은 그냥 죽는 거다. 코스믹 호러가 그거잖아. 





연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각본 세르지오 G. 산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