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2011) by 멧가비


최동훈의 [타짜] 이후로, 대사빨 잔뜩 살아있는 한국 영화들이 '밈'화 돼서 컬트적 인기를 누리는 현상들이 종종 발생한다. 그 대사빨 말고는 아무 것도 없지 않나 싶은데 또 그것들이 서사와 본질은 휘발되고 밈만 남겨서 불멸성을 얻는, 이쯤되면 그런 시대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장난감처럼 갖고 놀기 좋은 영화들의 시대.


최익현이라는 기회주의자의 화양연화를 조명하는 누아르라기엔 결말도 딱히 패널티 없이 잘 먹고 잘 사는 해피엔딩. 형배와의 주인공 지분을 나눠먹는 면도 있고, 그러니까 조연들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최익현이라는 남자의 개인 서사로는 정의 내리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깡패들의 군상극이라기엔 익현을 제외한 나머지들의 서사에는 기승전결이 없다. 즉, 코미디 스케치 캐릭터처럼 웃기는 깡패들이 모여서 뚜렷한 내러티브 없이 찰진 대사만 줄줄이 읊어대다가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역사적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등장으로 일거에 싹 사라지는 묘한 구조.


이 영화는 어떤 이야기입니다 하면서 집약되질 않고, 뚜렷한 목표 지점 없이 그냥 상황이 나열되기만 할 뿐이니, 그 상황이란 것들이 사실은 해프닝 보여주고 유행어 하나 걸려들라고 막 뿌려대는 "노린 상황"들로 밖에는 보이질 않는다는 것.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코빅 같은 데에서 흉내내라고 굳이 만든 패러디 재료 박람회 같다. 아니 이 영화 자체도 러닝타임 동안 서로 유행어 하나 히트쳐보려고 경쟁적으로 얼굴 들이미는 TV쇼랑 별로 다를 게 없다.


본격적인 코미디도 아니고, 날을 세운 사회파 영화도 아니고, 누아르라기엔 저들 끼리 치고박는 패싸움 말고는 국면을 전환할, 혹은 인물들의 대의로 삼아질 모종의 사건이 없다. 인맥으로 모든 게 통하는 시대를 그리지만 그에 대한 비판의식도 없고 풍자도 딱히 아닌 것 같고, 영화의 태도가 불분명하다. 한 시간에 단편 두 세개 씩 나가는 코미디 앤솔러지 드라마 편성이 있었더라면 거기에 어울릴 딱 촌극 사이즈의 이야기. 이렇게 거창한 존재감에 사실은 아무 것도 없는, 묘하게 원인불명의 인기만 있는 영화들에 대해서는 늘 이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래, 이런 영화도 있어도 되지.





연출 각본 윤종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