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by 멧가비


벽을 파낸 돌가루를 처리와 그 도구를 은닉하는 방식이랄지, 다른 재소자들과의 긴장 관계 등 "깜빵 생활"과 탈옥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은 사실은 모두 [알카트라즈 탈출]의 것을 그대로 베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부터가 그 영화보다 나중에 나왔으니, 크레딧에 리처드 티글 이름을 올리지 않고서도 괜찮은 걸까 싶을 정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 탈옥의 테크닉이 사실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고, 결국은 듀프레인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영화는 요약된다. 무작정 낙관적인 희망만이 능사가 아닌, 계획과 가능성이 담보되었을 때의 희망이 진짜 희망이다. 나는 듀프레인이 레드에게 전한 메시지를,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그렇게 해석한다.


듀프레인은 억울한 옥살이일지언정 어쨌든 적응했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했고,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그저 언젠가 누명이 풀리겠지 하는 막연한 기다림에 기반했더라면 영화는 결국 배드엔딩이었을 것이다. 듀프레인은 출소하려 조바심내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 쪽으로는 천천히 끈기있게 탈옥을 계획한다. 교도소장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 등이 아니었다면 듀프레인이 정말로 탈옥을 감행했을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듀프레인은 수감 기간 내내 침착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듀프레인에게 명분이 주어졌고 이미 완성에 가까울 정도로 준비된 계획을 정확한 타이밍에 성공시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는 사실이다. 준비했고, 기다렸고, 성공했다. 이 세 마디가 전부다.


희망이라고 무감각하게 말하지만, 희망이라는 것은 자신의 손으로 탑처럼 쌓아올렸을 때에 의미있다는 뜻이다. 레드가 출소하고, 반신반의하면서도 듀프레인의 수수께끼같은 초대를 따른다. 레드가 만난 절망 속의 빛 역시도 레드가 자신의 의지로 직접 움직였기 때문에 얻어낸 것. 원작과 달리 듀프레인과 레드의 재회까지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것 역시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조금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 아니었을까.


결론: 보험과 적금은 그래서 꼭 들어둬야 한다.






연출 프랭크 대러본트
각본 프랭크 대러본트
원작 스티븐 킹 (Rita Hayworth and Shawshank Redemption,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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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AGA 2021/02/12 20:45 #

    작은 돌깨는 망치로 19년동안 탈출을 위한 터널을 파다니... 희망을 향한 집념이 대단하다는 걸 가르쳐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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