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스 Scanners (1981) by 멧가비


원자력 실험의 후예들인 마블 코믹스의 [엑스맨]과는 또 다른 이야기. 정부 주도로 태어난 초능력자들의 이 이야기는 초인이라는 이름의 검투사 대신 초능력자들끼리 쫓고 쫓기는 냉전식 스릴러의 형태를 띈다. 크로넨버그의 본격 헐리웃 경력이 시작되기 전의 작품이라서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는 부족하다 할 수 있으나, 오히려 건조한 듯 심오한 톤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에는 더 효과적이며 결과적으로는 [엑스맨] 만큼이나 후대의 픽션 작품들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입덧 완화제를 복용한 산모들이 기형의 아이를 낳은 역사상 최악의 의료사고, 일명 "탈리도마이드 사건"에서 영화의 아이디어가 시작한다. 크로넨버그는 발칙하게도 여기에 음모론을 덧댄다. 냉전 막바지에 쓰여진 시나리오는 임산부들에게 처방한 약물이 (사람의 뇌를 조종하거나 터뜨릴 수 있는) 초능력자들을 출산하게 만든다는 과학 스릴러로 형태가 갖춰지는데, 여기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영향도 짐작할 수 있다.


캐나다의 잭 니콜슨이라고 불리우던 마이클 아이언사이드의 야차같은 악당 연기가 단연 백미. 쫓고 쫓기는 것이 전부인 플롯과 초능력자들의 캐삭빵, 이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캐릭터가 상당한 시너지를 낸다. 상기했다시피 많은 SF 스릴러 서브컬처 작품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는데, [아키라]의 기초적인 설정이나 [매트릭스]의 몇 가지 인상적인 씬들은 모두 이 영화에 빚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쪽은 역시나 [북두의 권]에 대한 영향력. 인체에 대한 실험의 역사라고 불러도 좋을 크로넨버그의 B호러 필모 중에서도 이렇게나 "심플하게 폭력적인" 바디호러가 또 있었던가. 이 영화는 진정한 의미로 "뚝배기 깨는" 영화의 조상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아 진짜 개운하게 잘 깨진다.






연출 각본 데이빗 크로넨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