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여행 (1996 - 1998) by 멧가비


김국진 메인 롤의 [테마게임]이 과거에 존재했던 한국판 [환상특급] 쯤으로 간혹 거론되더라. 하지만 [테마게임]이 주로 일상이나 연애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환상여행은 판타지, 호러, 스릴러, SF 등 훨씬 더 사변적인 에피소드들을 다뤘으니 사실은 이 드라마야말로 한국판 [환상특급]이요 한국판 [어메이징 스토리]였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한국의 마이클 잭슨, 박남정! 한국의 아무로 나미에, 이효리! 언제나 틀림없이 그렇듯이 "한국판 XX"라고 하는 타이틀에는 그 원본이 되는 외국의 무언가를 모방한 혐의 역시 포함된다는 점이 양날의 칼이다. 이 드라마 또한 마치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환상 속 드라마인 것처럼 정말 아주 소수의 컬트팬들만 기억하고 있는 게 현주소인데, 그 기억 속 꽤 많은 에피소드들이 표절 의혹을 갖고 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판 [환상특급]이라는 수식어와 달리 정작 표절 원본은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 시대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베껴오기 더 좋은 모델이긴 했겠지만.


팬들의 염원이 무색하게도 수 많은 에피소드들이 표절작이라 앞으로도 소프트 상품화 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차라리 지금이라면 인터넷 공모 등 깔끔하게 오리지널 작품들로만 구성된 리부트를 시도해도 좋지 안을까란 생각은 든다. 단, 진행 및 주연 롤은 애매한 어린 배우 말고 나이 든 지금의 권해효 그대로여야 한다. 표절 혐의와는 별개로, 꼭지 진행 및 다수 에피소드들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권해효의 다양한 캐릭터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 본작이 가장 큰 장점이었으니 말이다.


권해효 외에도 실력있는 연극 배우 출신이라든가 숨겨진 정극 연기 실력을 뽐내는 코미디언 등 배우 구경하는 맛이 상당했다. 물론 무명이나 신인 발굴에도 한 몫을 했는데, 이 드라마로 김정은을 처음 발견했던 기억이 있다. 어떤 남녀 주인공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특정 "색깔"로 기억하는 몽환적인 에피소드였는데, 처음보는 예쁜 여배우의 우는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바라기] 등 유명한 드라마들에 조연으로 나오면서 뜨더라.


와 근데 진짜 이 드라마 대단한 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 흔한 캡처 짤 한 토막 남아있질 않냐. 누가 들으면 진짜 존재하지도 않았던 드라마 하나 만들어서 뻥치는 줄 알거야.



덧글

  • ogion 2021/02/24 13:30 #

    표절이라기보단 일종의 번안 느낌. 그게 표절이지만요. 기묘한 이야기나 환상특급을 그대로 장면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베낀거 같은게 여러개였고요.
    정말 무서운 이야기도 여럿이었는데. 같은 이야기라도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더 무서워지는 그런게 있었어요.

    주변에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상하게도 이걸 기억하는 사람이 없긴 하더군요. 당연히 알거라고 말을 하면 한참을 설명하고. 그래도 모르니 답답.
  • 멧가비 2021/02/24 20:22 #

    아마 방영 시간대도 되게 어중간했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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