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산강시권 茅山殭屍拳 (1979) by 멧가비


8말9초 한국 미취학 및 국민학생들의 서브컬처 시장을 탈탈 발라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강시"라는 컨텐츠는 사실 민속학 전승으로부터의 고증보다는 김용 무협지 등에 등장한 크리처로서의 이미지가 강한데, 그것을 시각적으로 기호화한 최초의 영상 작품이다. 타지에서 죽은자들의 시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장의사의 로드무비 형식에, 젊은 견습 장의사와 복수자의 버디무비로서의 성격이 결합된 일종의 메타 무협.


애초에 공포 영화가 아니고 강시는 장의사의 술법으로 "이동시키는 시체"라는 정의에 충실하기만 할 뿐이다보니, 강시들이 주인공 일행을 공격하거나 하는 일이 벌어지지도 않고 아직 매장하지 않은 신선한(?) 시체들이라 외관도 깨끗하다. 심지어 혈색도 아직 좋아서 멀쩡한 산 사람이 강시인 척 꼽사리 껴 있어도 모를 정도. 즉, 강시의 어떠한 이미지를 정립한 작품이긴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각적인 부분에서이지 강시 영화의 패턴이나 플롯과는 무관하다는 것. 한 마디로, 강시가 나오는데 강시 영화는 아니다.


왕우는 사부로부터 미션을 부여 받은 젊은 견습 장의사이고, 유가휘는 복수를 위해 국경을 넘으려 강시 무리에 몰래 섞여 든 가짜 강시다. 틈만 나면 대열에서 벗어나려는 유가휘화 그걸 귀신 같이 잡아내는 왕우의 슬랩스틱 앙상블도 볼만하다. 배고픈 유가휘가 강시인 척 통통 튀다가 통닭을 슬쩍 훔치는 장면은 숫제 뒤집어진다. 훗날의 강시 영화들이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어느 정도 깔고 가는 법칙의 잠재성이 이미 여기에 있었던 것인가.
(영화 [타짜]에서의 고니와 평경장의 사제 관계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어느 정도 벤치마킹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역시나, 마지막은 쇼브라더스식 실내 세트 격투로 끝낸다. 이 시절 중국 무협의 안무는 정말 아름답다. 세 보이진 않는데 그냥 아름다운 안무 같다.






왕우 강시권, 가휘 응조권
연출 유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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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강시 영화의 역사 - 귀타귀 鬼打鬼 (1980) 2021-03-23 14:33:28 #

    ... 사형제의 대결구도로 영화는 요약된다. 이야기는 심플하다. 괜히 조잡한 플롯 넣어서 정작 술법 대결 보여줄 시간은 부족했던 [기문둔갑]을 혹시 반면교사 삼았으려나. [모산강시권]의 강시가 시체 염하는 과정부터 자세히 묘사하고 귀향이라는 현실적인 모티브로 극을 끌고 갔다면, 홍금보의 강시는 썩은 얼굴로 다가오는 중국식 좀비, 즉 장르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