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션 매체에서든 현실에서든 "중국"이라는 전제로 떠올릴 수 있는 부정적 이미지 중 대표적인 두 가지, 허세와 부도덕함. 그 두 가지를 동력 삼아 이야기가 굴러가는 어쩌면 풍자극. 물론 그 시절 인식을 고려하면 자조적인 의미로 시나리오를 썼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어수룩하면서도 허세만 강한 주인공 장대담을, 속여서 그의 아내와 간통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죽이려고 까지 하는 부도덕한 마을 유지. 그리고 양측에 챔피언으로서 가담하는 무산파 술사 사형제의 대결구도로 영화는 요약된다. 이야기는 심플하다. 괜히 조잡한 플롯 넣어서 정작 술법 대결 보여줄 시간은 부족했던 [기문둔갑]을 혹시 반면교사 삼았으려나.
[모산강시권]의 강시가 시체 염하는 과정부터 자세히 묘사하고 귀향이라는 현실적인 모티브로 극을 끌고 갔다면, 홍금보의 강시는 썩은 얼굴로 다가오는 중국식 좀비, 즉 장르 크리처로서 이야기에 참여한다. 더불어 영화는 홍금보식 호러 코미디의 시작이자 이어질 강시붐의 프로토타입인데, 그러면서도 강호의 도리, 기연 등 무협 플롯에도 충실하다. 즉, 아직은 그래도 강시가 양념 정도였을 시절이다. 몇몇 기발한 쇼트들은 이후의 후배 강시 영화들에게 카피 당하기도 하는데, 엉뚱하게도 "점프 컷" 연출은 10여년이 지나 한국의 영화가 따라하게 되니 그게 바로 [여고괴담].
연출 각본 홍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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