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선생 殭屍先生 (1985) by 멧가비


영화 제목은 정확히 몰라도 어쨌든 (일본식 번역제) 영환도사 이름은 알지. 80년대 후반에 느지막히 한국에 들어와 90년대 초 까지를 그야말로 휩쓸었던 강시붐의 실질적인 시발점이라 해도 될 것이다. 어린 애들이 뭘 알어, 모산파 계열 방중술사? 몰라. 그냥 도사가 존나 멋진데 이름도 우와 영환도사래. 퇴마사라는 단어를 들어보기도 전에 아무튼 무슨 존나 멋진 퇴마사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지관 업을 겸하는 그냥 장의사였더라.


풍수에 의하면 조상의 묫자리를 이장하거나 시신을 꺼내 화장해야 하는데 그 후손이 거부해 결국 최초의 강시가 출현하게 된다. 영화의 발단은 그렇게 불교와 유교 세계관의 충돌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 도교 술법을 쓰는 주인공 일행, 과연 [천녀유혼]보다 먼저 있었던 유불도 퓨전의 차이니즈 판타지렷다. 아닌게 아니라, 강시 영화인데도 중반부 전소호와 처녀귀신 왕소봉의 로맨스 파트는 꽤 섬세하다. 꽤나 억지를 부리자면 판타지 액션 무협으로서의 [천녀유혼]의 프로토타입 쯤 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구숙의 제자인 문재는 스승의 당부를 귓등으로 들었다가 찹쌀을 잘 못 사서 강시화의 문턱에 서게된다. (가짜 찹쌀을 파는 주인! 어쩌면 이 영화는 비양심적인 기업가에 대한 고발인가!는 그런 거 없고) 마찬가지로 구숙의 제자인 추생 역시 스승의 경고를 뒤로 하고 처녀귀신과 어둠의 로맨스를 즐기다가 경을 치기도 한다. 그 처녀귀신 역시 그러하다. 대충 처녀귀신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이름은 소옥(董小玉)이다. 이름의 옥(玉) 자 때문인지 영문 명으로는 'Jade'로 번역되는데, Jade는 '닳고 닳은 여자'라는 뜻을 갖기도 한다. 뜯어 볼 수록 꼰대같은 영화가 아닌가! 이거 완전히 유교 판타지구만.


유교적이라는 혐의를 씌운 것은 반쯤 농담에 가깝고, 사실은 강시 붐을 만든 전범(典範) 영화다. [귀타귀] 등의 선배격인 영화가 있지만 이후로 이어지는 강시 영화들의 뚜렷한 양식미가 정립된 것은 이 영화에 이르러서다. 현대 좀비 영화의 계보를 조지 A. 로메로부터 읽어내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말이다.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정통 호러로서도 게으르지 않으며 트렌드였던 쿵푸 코미디로서 결코 농도가 떨어지지 않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적인 장르의 빛나는 걸작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제작 홍금보
연출 유관위
각본 황병요, 사도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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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강시소자 殭屍小子 (1986) 2021-03-23 14:39:28 #

    ... '텐텐', 조금 정확히는 '티엔티엔'이라고 불러야 한다더라. 초딩들의 왕조현, 20세기의 헤르미온느 티엔티엔은 그렇게 이름 조차 제대로 부르기 힘들었다. 홍콩발 [강시선생] 시리즈가 '영환도사'라는 제목으로 일본에 수입되고 다시 한국으로 넘어와 동아시아 3국 강시 붐의 시초가 되었는데, 정작 그 붐을 제일 활기차게 이끌고 끝물까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