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소자 殭屍小子 (1986) by 멧가비


읽기에 따라 혹은 자막에 따라 때로는 '염염' 때로는 '텐텐', 조금 정확히는 '티엔티엔'이라고 불러야 한다더라. 초딩들의 왕조현, 20세기의 헤르미온느 티엔티엔은 그렇게 이름 조차 제대로 부르기 힘들었다.


홍콩발 [강시선생] 시리즈가 '영환도사'라는 제목으로 일본에 수입되고 다시 한국으로 넘어와 동아시아 3국 강시 붐의 시초가 되었는데, 정작 그 붐을 제일 활기차게 이끌고 끝물까지 잘 뽑아 먹은 건 대만판 아류작인 이 쪽이다. 후속작도 계속 나오고 아예 일본 전용 드라마판 까지 제작되었으며, 티엔티엔 역의 '유치여'는 드라마 종영 이후 일본에서 아이돌 활동 까지 하기에 이른다.


빡빡하게 굴자면 지금 같으면 빼도 박도 못하는 [강시선생]의 표절작이다. 아이러니한 것이, 그 [강시선생]을 필두로 흔히 강시 영화 하면 클리셰처럼 떠오르는 시대적 배경은 중화민국 시절인데, 정작 그 강시 붐은 홍콩에서 시작하고 중화민국의 직계인 대만에서 아류작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다만 완전한 아류, 혹은 표절이라기엔 뭔가 하나 히트치면 여기 저기서 갖다 써도 누구 하나 제동 걸지 않던 당시 중화권 영화계의 풍토라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며, 이 영화는 [강시선생]을 벤치마킹함을 넘어 조금 더 장르적으로 재구성한 성의가 있다.


티엔티엔의 사설 군대 쯤 되는 소흑, 소호, 뻐드렁니, 수박피라는 네 명의 소년 캐릭터는 관객 타겟을 완벽히 저연령에 맞추었다는 뜻이겠으며, 정통 무술보다는 다양한 술법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장면이 더 많고 코미디의 밀도가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강시에게 그림자를 밟히면 움직임이 봉인된다던가 하는, 당시 한국 초딩들도 따라하곤 했던 구체적인 설정들 중 대다수가 이 영화에서 고안한 것들이다. 게다가 완전히 지면과 수평으로 팔을 펴고 있는 강시 이미지 역시 이 영화에서 제일 잘 지킨다.


특히나 이 작품이 소년층에게 직격타로 먹힌 부분은 이 영화만의 설정인 얼바이우(二百五)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제단 옆에 세우는 종이 인형 지찰인(纸扎人)처럼 분장한 경극 광대 캐릭터를 흉내낸 것인데, [인혁인]에서 홍금보가 먼저 선보였던 얼바이우의 기묘한 움직임을 아예 브레이크 댄스처럼 과장해서 소년들이 흉내내며 강시에 맞서 싸운다. 그러니까 일종의 시대를 앞선 배틀물 같은 플롯을 일부 취했던 것이다. 2편에 가면 술항아리(酒甕)를 갑옷 삼아 입은 일종의 강화폼(?)도 나오는데 이건 또 [기문둔갑]의 항아리귀신을 카피했을 것이다. 기묘한 움직임도 재미있지만 얼바이우로 변신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막 두근거리기 까지 한다. 쟝 미셸 자르의 'Oxygene, Pt. 2'라는 되게 유명한 전자음악 곡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무단 사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선배 강시 영화들의 "먹히는" 소재들을 긁어 모았지만 나름대로의 오리지널리티도 잊지 않았으며 뭣보다 컨텐츠들을 "소년 장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시킨 공로가 크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2편에서는 귀신 같이 배드엔딩. 초딩이 몸에 다이너마이트 같은 걸 두르고 자폭하는 장면은 당시에 나도 초딩이었으니 임팩트가 크지 않았을 수가 없다. [드래곤볼]의 차오즈 디자인이 이 영화의 얼바이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니, 내퍼 등에 붙었던 그 자폭 씬도 이 영화 2편의 엔딩에서 차용했겠지.





연출 조중흥 趙中興
각본 조경강 姚慶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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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비아

- 소강시 등장 장면에 나오는 테마송은 일본 동요 '비둘기'의 중국어 번안곡

- 유치여가 연기한 캐릭터 이름이 텐텐인 것은 유치여의 생일 10월 10일에서 따온 것, 즉 말장난

- 당시 어린이 대상 잡지 등의 매체가 강시 관련 기사가 도배되면서 정체 불명의 제목과 용어들도 튀어나와 소년들에게 혼란을 주곤 했었다. 그걸 대강 정리해보자면,

영환도사 = 강시선생의 일본판 제목
헬로강시 = 강시소자 2편의 정식 제목
유환도사 = 강시소자의 일본판 제목이자 강시소자 3편의 정식 제목
라이라이강시 = 일본 방영용으로 만들어진 강시소자 스핀오프 드라마의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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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강시 영화의 역사 - 인혁인 人嚇人 (1982) 2021-03-23 14:36:25 #

    ... 는 이미지는 아마도 일본 만화 [유유백서]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며, 홍금보가 지찰인(纸扎人)으로 변장해 보여주는 얼바이우(二百五) 연기는 훗날 대만에서 만들어지는 [강시소자] 시리즈에 너무나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게 된다. 홍금보의 사부로 출연한 임정영 캐릭터는, 임정영식 장의사 캐릭터의 프로토타입 쯤이겠다. 연출 오마각본 홍금보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