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 아이 멧 유어 마더 How I Met Your Mother (2005 - 2014) by 멧가비


94년 NBC에서 첫 방송된 시트콤 [프렌즈]는 그 인기의 정도가 하나의 사회현상이라 할 만치 대단했는데, 단지 작품의 인기만을 넘어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냈으니 이른바 '행아웃 시트콤(Hangout show, Hangout comedy)'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정확한 정의를 내리긴 힘들지만 쉽게 말해, 젊은이들 여럿이 특별한 목적 없이 모여서 놀다가 웃긴 상황이 발생하는 장르? 쯤으로 함축할 수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야 리처드 링클레이터, 케빈 스미스 등이 주축이 되어 유행시킨 '슬래커 무비(Slacker movie)'의 영향 아래 있는 일종의 파생 장르라고 보는 편이 옳겠지만, 부분적인 영향력을 빼면 행아웃 쇼는 슬래커 무비와는 결 자체도 다르고 거의 장르의 시작과 동시에 독립된 장르로서의 만듦새를 구축했다고 봐야 하겠다. 그 [프렌즈]의 히트에 힘입어 만들어진 후발주자 중에, 단순 아류작의 한계를 넘어 독자적인 장르성을 형성하고 수 많은 매니아를양산한 작품이 하나 남았으니 그게 바로 이 작품, 보통 HIMYM 혹은 '하우멧'이라고 부르는 성가신 제목의 기묘한 행아웃 쇼 되겠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 시즌제 TV 쇼로서는 드물게 어느 정도 결말을 정해놓고 시작한 점, 그리고 단순 행아웃 쇼 혹은 로맨틱 코미디인 것처럼 시작하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꽤나 진지한 가족애라는 테마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본작만의 특성이고 개성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홉 시즌 내내 테드의 연애 실패담이 줄기차게 소개되지만, 이는 단지 농담 소재로서의 연애담이 아닌, 주인공 테드가 자신으로부터 형성된 가족의 이상적인 형태를 구상하고 그것을 이루기 까지의 시행착오로서 다뤄진다. 게다가 주인공 테드를 제외한 네 친구들에게도 흥미로운 과거사와 깊이 있는 가족 내력이 있어서 시즌 극초반을 지나면 더 이상 주인공이 누군지조차 구분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스토리를 지긋이 따라가다 보면 인생이 마냥 러브 시트콤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꽤 진한 페이소스가 읽히기도 한다. 주인공 5인방의 가족사가 하나 둘 소개되고, 그들을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의 만나고 헤어짐에서 오는 성찰과 성장이 본 드라마의 어쩌면 숨겨진 중심 테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피소드 내에서 캐릭터들의 리액션이 코미디적으로 과장 됐을 뿐, 해프닝들 하나하나는 은근히 현실적이며 그것에 대처하는 인물들의 태도에도 진정성이 배어있다. 시트콤 캐릭터들이 인생을 진심으로 대하는 드라마, 생각보다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초반에 소개 된, "새벽 두 시에 깨어있어봤자 좋은 일은 안 생긴다"라는 대사가 드라마 종영 후에도 두고 두고 기억에 남아있다.


물론 단지 진지한 부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코미디 드라마인 만큼 장르적 재미에 가장 충실한 점이 미덕이다. 아무리 깊이가 있어도 웃기질 않으면 시트콤으로서는 직무유기인 거지. 카커마우스, 따귀 내기, 브로 코드 등 초현실적 유머 소재지만 현실에서도 왠지 따라해보고 싶은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넘친다. 미친눈, 우-걸, 치어리더 효과, 인어 이론, 졸업 콩깍지 등 살면서 한 번 쯤은 겪어 봤을 인물 타입이나 인간 관계 속 현상들에 재치있는 이름을 붙이고 스테레오 타입화 해서 놀려먹는 부분에는 상당한 섬세함과 재치가 엿보인다. 뿐만 아니라, 몇 시즌 이후의 소재를 미리 끌어와서 궁금증을 유발한다던가 아예 드라마 전체의 포맷인 '아내 찾기' 등의 독특한 기획은, 이후에 나올 여러 코미디 영화, 드라마들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행오버], [커뮤니티] 등의 컬트적인 미국 코미디 영화, 드라마를 넘어 한국의 인기 드라마인 [응답하라] 시리즈 마저도 본작에 적잖이 빚을 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점은, 마지막 시즌 직전 까지 거의 매너리즘 없이 매니아들을 만족 시키다가 정확히 마지막 에피소드, 마지막 시퀀스에서 귀신 같은 솜씨로 모두를 실망시켰다는 점이다. 보통의 장기 방영 미국 드라마들은 무리하게 연장 방영하다가 동력을 잃고 초라하게 막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본작은 신기하게도 "그 엔딩"만 아니었으면 전설로 남았을 만큼 마지막 까지 충분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더욱 그 끝이 아쉽다. 마지막 까지 울고 웃으며 함께 달려온 시청자들을, 가장 행복해야 할 마지막 순간에 따귀를 날리듯 그렇게 배신하는 또다른 예는 한국의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외에는 달리 기억에 없다.






제작 카터 베이스, 크레이그 토마스

덧글

  • 페이토 2021/03/24 23:51 #

    예전에 보다가 기대보다 너무 "순한맛"이어서 끝까지 보지는 못했던 시리즈네요. 아무래도 더 염세적이어야되고 더 풍자적이여야되고 한게 제 취향이었던듯

    지붕뚫고 하이킥 같은 김병욱의 레전드 병맛 급새드엔딩은 그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다른 작품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 멧가비 2021/03/25 04:29 #

    염세, 풍자.. "커뮤니티"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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