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19) by 멧가비


저택에서 살해당한 대부호와 탐욕스런 유가족들, 가사노동자들, 유언장 공개 그리고 괴짜 명탐정. 이 정통 중에서도 정통인 소재들을 끌어모은 후더닛 영화는 간단한 설정에서 이미 머더 미스터리 장르 매니아들을 설레게 한다. 인물 구성에서 이미 풀 액셀 급발인 거지. 이런 구성이면, 각본이 어지간히 똥 싸지만 않는다면 탐정이 용의자들과 일대일 면담하는 씬으로만 2, 30분을 채워도 지루하기가 힘들다. 그들이 마주앉아 백종원 레시피를 낭독해도 어지간하면 재미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제는 잘 나오지도 않는 전통적인 저택 살인 영화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할 만큼 성실하고 또 그만큼 재미있다.


그런데 이 용의자라는 인간들, 면면이 수상하다. 현대판 나찌에 비견되는 인종주의자에, 입만 산 패션좌파, 꼴뵈기 싫은 힙스터 등등. 현대 미국 사회를 풍자할 때 반드시 나오는, 이제는 스테레오 타입이라 불러도 좋을 족속들이다. 인물 소개만 놓고 보면 [GTA 5] 등장 인물들이라고 해도 속을 지경이다. 재미있지만 좀 뻔하고, 후더닛 영화와 풍자극 중 어느 쪽을 더 만들고 싶었던 건지 불분명한 건 아주 조금 아쉽다. 대니얼 크레이그의 탐정 캐릭터도, 독특한 쿠세와 이상한 이름을 가진 괴짜 명탐정 캐릭터의 뻔한 캐리커처더라. 


피해자를 죽음에 몰아넣은 사람이 유일한 선인이었는데도 그 선인도 완벽한 선인은 또 아니어서 수사 방해를 하고, 알고 보면 스스로 살인범이라 자각하던 사람이 실제 살인범도 아니었고, 아무튼 살인 사건 그 자체에 얽힌 황당한 인과 관계도, 마치 고전 후더닛 픽션에 대한 너스레이자 후더닛 골수팬들에게 던진 유쾌한 뒷통수 치기 같다. 후더닛 판 [캐빈 인 더 우즈] 쯤이라 해도 되겠다.


탐정 아저씨가 결과적으로는 직감과 추리력 모두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 과정에서는 뭔가 헛다리를 거하게 짚은 맹탐정처럼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묘사한 부분은, 그 자체로 영화를 느슨하게 놨다가 타이트하게 당겼다가 하는 근섬유 역할을 하고 있어서 맘에 든다. 그런가하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주도하는 건 오히려 그 탐정이 아닌 살인의 진범(이라고 여겨지던 사람)인 점, 그리고 그 추리의 원동력이 냉철한 분석력 대신 순수한 휴머니즘이었다는 점이 이 영화에서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다. 누가 사람 죽였냐 찾는 영화라고 해서 꼭 차갑고 살벌할 필요는 없는 거였네.





연출 각본 라이언 존슨

덧글

  • 정호찬 2021/09/26 21:03 #

    이 영화는 보면 존나 성질나는 게 잘만들었어요. 확실히 각본 연출 연기 빠질 거 없이 좋아요.

    아니 근데 이렇게 할 줄 아는 새끼가 스타워즈는 왜...... 더 때리고 싶네
  • 멧가비 2021/09/27 05:13 #

    큰 영화가 나쁠 때는 대부분 높으신 분들 문제더군요
  • SAGA 2021/09/26 21:17 #

    크게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상당히 재미있어서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있네요. 마지막 탐정의 추리쇼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허당인 줄 알았는데, 명탐정이었더군요ㅎㅎ

    진짜 감독한테 하고 싶은 말은... 스타워즈는 왜 그따구로 만들었어요?
  • 멧가비 2021/09/27 05:13 #

    디즈니에 고용된 감독이 뭐 자기 손으로 망쳤겠습니까ㅎㅎ
  • 잠본이 2021/09/30 13:50 #

    크레이그횽이 괴짜 허당(인척하는) 명탐정 노릇을 한다는게 아직도 상상이 안가서 언젠가는 꼭 보고 싶습니다...
  • 멧가비 2021/09/30 14:21 #

    시치미 뚝 떼고 그러고 있더라니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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