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아 유 (2002) by 멧가비


[접속]이 불러 일으킨 사이버 연애에 대한 환상, 그 단물이 아직 다 빠지기 전 유행의 끝자락에서 조금 더 진화한 형태인 아바타 채팅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청춘 영화. 소위 싸이월드 감성, 하두리 감성이라고 하는 당대의 활기차고 낭만적인 인터넷 문화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63 빌딩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전경들도 세련되게 묘사되고 있다. 마치 서울 관광 홍보 영화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카메라는 아름다우면서도 정교하게 이 도시를 관찰하고 있다. [멋진 하루] 이전에 이 영화가 있었다.


줄담배에 묻혀 사는 게임 개발자와 청각 장애를 가진 수족관 다이버의 사이버 채팅을 가운데에 놓고, 20대 후반 청춘들의 사랑에 대한 고민이나 도시 생활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다. 20대가 취업 전선에서 허덕이지 않으면서 오로지 로맨스에만 열중해도 그것이 현실감각을 무시한 판타지로 보이지 않는 거의 마지막 세대의 청춘 영화이기도 하다. 대단히 애절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평범하게 일과 사랑을 이어가는 2000년대 초반의 청춘을 천천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당대보다 오히려 지금에 와서 더 흥미로운 하나의 사료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 항상 흐르는, 마찬가지로 그 시대 인디 밴드의 명곡들. 


지금의 조승우, 이나영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던 젊은 배우들의, 덜 다듬어졌지만 그래서 사랑스러운 연기도 영화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조승우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아무도 이름을 모르던 박해일의 얼굴이 있다.




연출 최호
각본 최호 김은정 오현리 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