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가이 Free Guy (2021) by 멧가비


주인공이 우연히 얻은 선글라스를 썼더니 세계관의 이면이 보인다? [화성인 지구 정복]이잖아. 흑인 친구가 선글라스 안 쓰겠다고 버티는 것 까지 똑같네. 정해진 패턴 대로 살던 NPC가 자유의지를 처음 접했을 때 빠지는 혼란? 그리고 성장? 이건 [플레전트빌]이지. 주인공이 계속 죽으면서 기술을 배우고 경지에 도달하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랑의 블랙홀] 공식이잖수.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셨어요? 네, [그녀] 되시겠습니다. 그 인공지능 캐릭터를 모두 실제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시몬] 선배님께 인사 안 허냐. 픽셀로 만들어진 주인공이 자신의 세계를 지켜야 된다구요? [주먹왕 랄프] 재밌게 잘 봤습니다. 자기가 가상의 존재인 걸 알고 혼란스러우신 분 이리 오세요. [13층], [트루먼 쇼]랑 인사 나누시죠. 먼저 각성해버린 세계관의 이레귤러 존재가 나머지 군중에게 현자 타임을 제공하는 거, 아 [거짓말의 발명]이 있었죠?


비디오 게임을 소재로 했다더니, 그 보다는 관객과의 게임에 더 가깝다. 누가 더 영화 많이 봤나, 하는 게임이었다는 반전.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주제의식을 베끼거나, 아무튼 대단한 콜라주 한 편 잘 봤네 그려. 거 각본가 양반 누구신지 몰라도 나랑 영화 취향 되게 겹치시네. 아, 키쓰가 밀리를 이렇게 꼬신 거구나. 빌려온 요소들을 영화의 오리지널 뼈대에 재치있게 잘 녹였을 뿐, 그것들이 사라져도 영화 자체는 성립하는 경우라면 우리는 그것들을 "오마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킬 빌]이 되지 못했다.



[GTA]나 [세인츠 로우] 시리즈 같은 막가파 오픈월드 밈을, 해당 장르의 게이머들도 신날 수 있게 제대로 써먹었냐 하면 주인공 성향이 또 그 쪽이 아니시고, 아니 그쪽 소재 자체도 [주먹왕 랄프 2]에서 벌써 썼고. NPC를 쏴 죽이는 것보다 자유행동 관찰이 더 재미있는 게 신기해? 영화 속 게임 트렌드는 대체 어느 시대를 기준으로 잡은 거지? [심즈]를 "신기하다"고 말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어?


이건 이율배반이다. 배우 한 명의 똘끼가 영화를 어디 까지 보내버릴 수 있는지를 [데드풀]로 증명한, 그 라이언 레이놀즈가, GTA 게임을 우라까이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선한 영향력이며 세상을 바꾸는 메시지이며, 아니 씨바 누가 그딴 걸 기대하냐고. 정해진 작은 틀에 갇히는 대신 자유의지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진부한 메시지 조차도 [가타카]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이미 진부했어. 게다가 GTA 게임의 쿨한 부분은 다 갖다 쓰면서 늘어놓는 소리는 "NPC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러고 있으니 위선이고 기만처럼 보일 수 밖에. 그러면서 몰로토브걸 보면서 뿅가는 연기는 누가 봐도 [데드풀]이고. 아무튼 라이언 레이놀즈 스스로는 만족해하는 프로젝트 같지만 내 기준으로는 [그린 랜턴]보다 더 나쁜 라이언 레이놀즈 영화다.


조디 코머만 남았다. [써틴]의 그 푸석푸석한 또라이가 이렇게 햇볕같은 미녀가 될 줄이야. 영화 경력 이제 시작인가본데, 기대.





연출 숀 레비
각본 맷 리버맨, 재크 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