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Dune (2021) by 멧가비


지난 두 편의 SF로 이미 나는 드니 빌뇌브가 지금 가장 과대평가된 감독이라는 확신을 얻게 됐다. 뱃고동 소리, 소근소근 대사 디렉팅, 익스트림 롱 숏. 별 거 없는데 괜히 뭔가 있어 보이는 얕은 장치들로 가짜 아우라를 만든 허영심 장사꾼으로 밖에는 보이질 않게 돼버렸다. 그냥 "놀란병" 걸린 감독이야. [컨택트] 때는 그나마 "놀란이 만든 스필버그 영화" 쯤의 신기한 돌연변이 감각이라도 있었는데, [2049]에 가서는 그냥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얘기를 일부러 재미없게 만드는 짓을 하더니 이 영화도 결국 그 연장선상 밖에는 되지 않는다. 


정의 구현, 사랑의 완성 등 말초적으로 관객을 건드리는 이야기가 아닌, 우주 먼 곳 어딘가에서의 정치 암투. 공감 요소가 없는 생판 남의 얘기를 하려면 [왕좌의 게임]처럼 타이트하고 재미나게라도 풀어내야지. 이도 저도 아니고 세상 재미없는 남의 이야기에 남는 거라곤 미술 밖에는 없던데, 그나마 스페이스 오페라로서의 특징적인 미술은 조지 루카스가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이미 완성시켜버렸고, 이 영화는 거기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신만의 인장이 아닌 어딘가에서 주워 모은 수법들로, 어려운 영화는 못 보겠는데 어려운 영화 봤다고 지적 허영을 채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먹히는 하나의 치트키 같은 것을 깨달은 사람이라는 거지. 실체가 뭐든 드니 빌뇌브가 내게는 세 편의 SF를 통해 그런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게 됐다.


그냥 예쁜 그림 잘 뽑는 게 전부인, 웨스 앤더슨이나 미셸 공드리 정도 사이즈의 감독인데 뭔가 그 이상으로 평가 받는 현상이 신기하다면 신기하고, 철저하게 우라까이하는 대상이 바로 그 논란메이커 "놀란"이니 저런 현상을 만든 게 당연하다면 또 당연하고. 사운드 좋은 비싼 상영관에 앉아서 두 시간 반을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한 정신으로 앉아서 신중하게 감상했는데도 영화에 대한 얘기를 단 한 마디도 할 수가 없게 만드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란.


총평, 돈 들이고 공들여 찍을 필요가 있나 싶은 텍스트로 참 많은 사람을 잘 속인다. 나도 또 속았다.







연출 드니 빌뇌브
각본 드니 빌뇌브, 에리기 로스
원작 프랭크 허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