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디 아일 In den Gängen (2018) by 멧가비


조지 A. 로메로 이후, 영화에서의 마트는 자본주의 사회의 그 아래에서 소비의 욕망에 사로잡힌 군상을 은유하는 공간이었다. 늘 반드시 그랬다. 그러나 저 멀리 독일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인물들은 공산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편입된 아웃사이더들이다. 그들에게 마트는 소비욕구를 잊지 못한 좀비들이 달려드는 비일상적 모험의 장이 아니다.


유소년기를 소년원에서 보낸 크리스, 가정 폭력에 대한 도움을 얻을 길이 없는 마리온, 평야를 내달리던 트럭 대신 볕이 들지 않는 마트 통로에서 지게차를 모는 브루노. 그리고 다른 직원들 모두,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사회와 단절된 사람들. 내일은 또 얼마나 신날지 설레는 희망찬 삶은 못 되지만 당장 나죽겠소 읍소할 정도의 비참한 밑바닥도 아닌, 삶이 살아지니까, 살라고 슬쩍 등 떠미니까 떠밀리는 채로 적당히 오늘을 사는, 그 정도 사이즈의 사람들이다. 어라, 내 얘기잖아.


그들이 마트를 집으로 여기는 이유는 퇴근 후의 삶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들에게 마트는 바다도 있고 알래스카도 있는 곳, 뭣보다 동독 출신 노동자 계급으로서 느낄 고민을 공감할 유사 가족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마트는 직장이 아니라 집이다. 아니 어쩌면, 어느날 눈 떠보니 태어나 자란 나라가 자본주의 사회로 변해버린 부적응감과 사회차별을 피해,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내내 조용하고 쓸쓸하지만 세상을 부정하거나 인물들을 값싸게 동정하지 않는다. 마트 직원들에게 지게차는 하나의 작은 권력, 즉 삶의 주도권에 대한 은유이다. 브루노는 크리스에게 지게차 운전과 관련한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고, 남긴 것 하나 없는 세상을 숫제 떠나버린다. 이는 동독 출신의 1세대는 비록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다음 세대는 다르길 바라는 격려의 메시지였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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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비아 - 지게차 교육실에서 상영되는 영상은 실제로 존재하는 독일 단편 [지게차 운전수 클라우스]다. 은유하는 바가 통하는 면이 없진 않다.






연출 토머스 스터버
각본 토머스 스터버, 클레멘스 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