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과이"라 명명된 종명(種名)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저렇게 귀엽게 생겼는데, 이름이 마귀라고? 마귀라고 함은, 어릴 적 동화책에 나오는 마귀할멈을 제외하면 거의 교회나 가야 들을 수 있는 단어다. 깨달음을 얻으면 스스로 열반할 수 있는 불교적 인간상과 달리, 기독교 세계관에서의 인간은 언제든 마귀의 시험에 빠질 수 있고 이를 극복하는 것은 반드시 신에 대한 믿음, 신과의 링크를 통해서만 천국에 갈 수 있는 유약한 존재로 묘사된다. 즉 모과이는 타락의 가능성을 늘 지닌 기독교적 인간상의 은유이진 않을까.
"그렘린"이라는 상상 속 괴물은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의 창작으로 추정되는 장난꾸러기 괴물이다. 귀여운 모과이와 흉측한 그렘린이 별개의 종이 아니라 어떠한 금기를 깨면 변태(變態)하게 되는 하나의 종으로 관계 설정을 해 놓은 것은, 결국 마귀의 유혹에 빠진 인간의 타락을 연상하게 만드는 장치에 다름 아닐 것이다. 물에 닿으면 분열을 한다, 성욕. 자정에 금식하라, 식욕.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을 마귀의 유혹에 빗대어, 햇빛으로 은유된 종교적 징벌에 괴물들이 소탕되며 영화는 끝난다.
기껏해야 사람 팔뚝만한 크기의 그렘린들이 무서운 것은, 저들이 어떠한 목적도 드러내지 않고 "종의 유지" 따위의 자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장난치고 파괴하며, 통제하지 않는 한 끝도 없이 개체 수를 늘려 나간다. 그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폭력 외에 그들이 즐기는 것은 도박과 술, 담배 등이다. 타락한 인간상에 대한 노골적인 풍자 되시겠고. 금욕적인 단 하나의 개체 기즈모에서 분열된 무과이들이 그렘린으로 변태하는 부분에서는 창세기 이후의 타락, 마지막 그렘린이 분수대에 빠져 개체수를 늘려 나가지만 동시에 햇빛을 받고 소멸되는 부분에서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안 떠올릴 수가 있을까. 결과적으로는 여름에 개봉했지만 본래 기획은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이었다는 점 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어떤 상징이나 은유를 가졌는지야 보는 사람에 따른 자의적 해석이지만, 이 영화에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가족 영화의 수위를 넘은 폭력성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상 연령이 더 낮은 [루니툰즈], [톰과 제리] 등의 TV시리즈보다 더 유의미하게 폭력적이지도 않으며, 폭력에 있어서 중요한 건 형태나 수위보다 뉘앙스이기 때문이다. 명백한 악귀인 그렘린들로부터 가족과 내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그렘린을 죽이는 씬들이, 딱히 철천지 원수도 아닌 귀여운 의인화 동물 캐릭터들이 시도때도없이 서로 둔기로 머리를 내려치는 것보다 더 해롭다고 말 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그냥 미국은 원체 저런 문화적 배경이 있어서 이런 영화도 나오는 거지 유난스럽게 이 영화가 폭력적이라 심판대에 세울 필요는 없다는 소리다.
지금에 와서는 영화가 유의미하게 시사하는 바는 딱 두 가지일 것이다. 야식의 위험성, 메이드 인 차이나의 불안함.
연출 조 단테
각본 크리스 콜럼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