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하게 동어반복인 후속작을 전작과 어떻게 다르게 포장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몇 개의 표본 중 하나라고 부를 수 있는 영화다. 특히, 첫 영화에서 이미 모든 비전을 다 보여준 후에 상업적인 이유로 만들어졌는데 오히려 전작보다 평가나 흥행이 좋은 후속작이라는 측면에서, [터미네이터] 최초 두 영화와도 비교할 수 있겠다. 첫 영화에서의 괄목할 흥행, 스튜디오의 간섭 업이 전권을 보장 받은 감독이 어떻게 폭주하는지 보여주는 영화라고 하면 팀 버튼의 [배트맨] 두 작품에도 가깝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제임스 캐머런이나 팀 버튼의 기념비적 후속작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보인다. 이 영화는 발전된 기술을 받아들여 더 장르적인 활극으로 업데이트한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감독의 우울한 탐미주의를 스튜디오 돈으로 가감없이 발산해 낸 값비싼 예술 영화도 아니다. 조 단테는 자신이 만든 1편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방식으로 차별점을 둔다.
정말 끊임없이 1편에 대한 메타적 농담들이 튀어 나온다. 극장에서 뛰쳐나온 모녀 씬이나, 모과이가 그렘린으로 변태하는 법칙에 딴죽을 거는 연구원들 씬은 1편 개봉 후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후속작에 반영한 케이스다. 게다가 상영실에서 장난치는 그렘린들에 호통치는 헐크 호건이라든가, 숫제 대화 씬을 멈춰버리고 필름이 녹는 효과로 장난을 친다든지 하는 것들은, 감독이 이 영화의 영화적 완결성, 세계관의 폐쇄성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1편에 대한 조롱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뜻으로 비친다. 자기 영화를 스스로, 그것도 바로 다음 편에서 이렇게나 철저히 능욕하는 감독이 또 있던가.
물론 자조적인 농담들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고, 전작보다 그렘린들에 대한 아이디어도 풍부해졌으며 곁가지이긴 하나 TV쇼의 속물성을 풍자하는 시퀀스들도 꽤 볼만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가족용 소품 호러에서 심뽀 고약한 풍자극으로의 전환, 한 시리즈가 단 두 편만에 이렇게나 낯빛을 바꾼 경우도 아마 드물 것이다.
연출 조 단테, 척 존스
각본 크리스 콜럼버스, 찰스 S. 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