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오크러시 Idiocracy (2006) by 멧가비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반지성주의에 대한 경계 혹은 경고 쯤 된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반지성주의자들은 존재하지만 특히나 미국에서라면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도 진지하게 고찰해 볼 만한 테마로 적절하다. 공부 열심히 하는 안경잡이가 머리나쁜 쿼터백으로부터 괴롭힘 당하는 클리셰, 이것부터가 이미 메이드 인 USA잖아.


하지만 영화가 어딘가 이상하다. 고장났나? 멍청이들이 지배해버린 미래를 경계하고 비관하는 디스토피아 영화인데, 메시지가 무색하게 영화 자체도 그 미래에 살고있는 멍청이들 같다. 아니 똥멍청이들 밖에 안 남은 미래를 논하고 있는데 진지하게 안 해? 그딴 똥멍청한 코미디나 하고 자빠져들 있을 거야? 라는 실망감이 들 무렵 영화는 얼얼하게 뒷통수를 때린다. 멍청이들의 멍청이쇼 퍼레이드인 척 하면서 무시무시한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줄 건 다 준단 말이지.


미디어에 대한 맹신, 성찰없는 천박한 소비가 성찰없이 계속 이어진다면 세상은 정말로 이온음료로 농사를 짓는 지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무거운 경고를, 영화 속 똥멍청이들에게도 충분히 이해될 똥멍청이 같은 화법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걸 발견한 순간 뒷통수는 얼얼하고 가슴은 철렁한다. 아, 나도 저 영화 속 똥멍청이들보다 나을 게 없나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당대보다 지금에 와서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최근 반지성주의자들에게 주어진 편리한 도구, 바로 "인싸, 아싸"라는 신조어 혹은 그 구분이라는 신종 서브컬처(?)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모르는 뭔가를 누가 알어. 머쓱하고 쫀심 상하지만 저 새끼가 나보다 많이 아는 건 사실이야. 그럴 땐 나보다 더 아는 새끼를 뭔가 낙오자 같은 부류로 몰아버리는 공략법이 생긴 거지. 몰라도 싱글벙글 하는 게 인싸, 알면 안다고 따지고 드는 게 아싸, 이렇게 구분해버리는 식이다. 어느 샌가 정말 무식한 게 더 쿨하고 멋진 무언가로 포장되어버렸다. 무식한 게 무기가 되어버렸다고. 그런데 사실은, 그렇다고 자기보다 많이 아는 놈을 아싸로 몰아가는 그 놈도 딱히 인싸가 아닐껄. 걔들이 흉내내고 싶어하는 진짜 인싸들은 인터넷에서 남들 조롱하고 놀지 않거든.





연출 각본 마이크 저지

핑백

  • 멧가비 : 돈 룩 업 Don't Look Up (2021) 2022-03-08 14:34:06 #

    ... 스킨만 다를 뿐, 마이크 저지의 [이디오크러시]와 본질적으로 같은 결의 미래를 묘사하고 있다. 정치 신념 때문이든, 음모론에 절어서든, 시발점이 무엇이건 결국 시민의 다수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로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