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우리에게 A Nous La Liberte (1931) by 멧가비


과장 조금 보태, 끝이 안 보이는 컨베이어 벨트와 얼굴을 구분할 수 없는 회색의 노동자들. 공장의 부품과 사람이 구분되지 않는,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이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풍자극이 찰리 채플린의 불후의 걸작 [모던타임즈]를 탄생시킨 모티브가 되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 모르긴 몰라도 [브라질] 테리 길리엄에게도 영향을 분명히 줬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은 정말 단 한 명도 없네, 어째서일까.


기계의 신을 지상에 강림시킨 산업화와 그것의 진짜 주인, 자본이라는 이름의 진짜 데우스 엑스마키나에 대한 영화다. 산업화 이전의 목가적인 세계관을 밀어내버린 자동화 문명은 이 영화에 따르면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권리와 자유를 빼앗아놓고 "노동이 곧 자유"라 궤변을 복창시키는 기만자에 다름 아니다. 


루이와 에밀이라는 두 깜빵 동료는 탈옥 후 각기 다른 출발선에 선다. 루이는 축음기 판매원으로 시작해 축음기 공장을 가진 부자가 되고 루이이 탈옥을 위해 희생했던 에밀은 그 공장의 말단 노동자가 된다. 재회한 두 사람은 사소한 갈등 끝에 다시 친구로 돌아가고, 이것은 자본과 노동자, 공장과 부품의 일시적인 화해처럼 보인다. 하지만 에밀은 사랑하는 여인에게 장가들기엔 너무 가난했고, 루이는 에밀을 통해 순수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기엔 갱들의 협박 대상이 될 정도로 자본주의 세상에 너무 깊게 발이 담가졌다. 출감이 아닌 탈옥을 택했던 두 사람, 즉 제도권에 제대로 편입되지 못한 아웃사이더들에게, 물신숭배가 이미 팽배해져버린 세상은 자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르네 끌레르는 유성영화의 물결에 저항했던 마지막 무성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것이 무색하게도 실험적인 사운드를 파격적으로 선보인 이런 걸작을 여보란 듯이 내놨지만, 여전히 유성시대에 대한 일말의 저항감은 남아 있었으리라. 에밀의 삶을 상승시켰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뜨릴 뻔한 그 물건이 바로 축음기라는 점이 그 흔적일테지.





연출 각본 르네 끌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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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모던 타임즈 Modern Times (1936) 2021-11-20 14:37:48 #

    ... 와 함께 슬슬 채플린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되는 "떠돌이(The Tramp)"캐릭터. 이 영화도 시작은 떠돌이가 아닌 나름대로 성실한 공장 노동자로 시작한다. [자유를 우리에게]에서 그대로 옮겨온 끔찍한 노동 현장. 그리고 이내 다시 떠돌이로, 시대는 노동자 채플린에게 다시 떠돌이가 될 것을 종용한다. 발작에 가까운 직업병에 시달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