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드 플로르 Cafe De Flore (2011) by 멧가비


운명이라 믿었던 관계를 잃어버린 상실감, 거기로부터 몽유병이라든가 환각이라든가 발현되는 것?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 하면서도 영화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뭔가 더 있다,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게 만든다. 나의 이 영화에 대한 감정은 이 의심 혹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을 빼앗긴 기분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쳐도 카롤의 저 운명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너무 굳건한 거 아닌가, 하는 질문 말이다.


모난 구석 없이 특별히 난봉꾼도 아닌데 조강지처 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가버린 앙투안도 이해가 안 되고, 단지 남의 남자 뺏는 금발 빗치처럼 보였던 로즈도 알고보면 첫 눈에 운명적인 사랑에 함락되어버린 가련한 여자라는 점에서도 갭을 느끼고, 새로 맺어진 그 커플은 사실혼 관계가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해가 가도 열정적이기만 하다. 모든 게 조금씩 이질적인 이 미스터리한 관계의 해답은 불교적 세계관에 있었다.


영화는 60년대 파리, 현대 몬트리올이라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교차 진행된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고, 사소한 치정극이지만 그 안의 인물들의 정서를 표현하는연출이 직관적이면서도 설득력 있어서 유치하지 않다. 화면 질감에 차이를 둔 점도 두 파트를 나누어 받아들이기 좋은 구성이다. 그런 두 이야기를 굳이 연결시키는 장치로 등장한 "윤회"라는 소재가 그래서 더 뜬금없다. 그냥 적당히들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던가, 전생 소재를 굳이 쓸 거면 조금 더 극적이게 관련 인물들이 모두 알아버려서 혼돈에 빠지거나 아니면 아무도 모른 채로 진실은 묻힌다는 결말이 더 시적이어서 좋았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관계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전처 카롤만 알고 깔끔하게 해결되어버리니까 소재 자체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어버린 거지.


개인적으로 상상을 보태가며 재감상을 한다면, 60년대 파트는 카롤이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 속에서 만들어낸 일종의 자기방어기제에 가까운 허구의 이야기라고 간주해도 흥미로울 것 같다. 아니면 오히려 60년대 파트가 환생 이후의 이야기, 즉 인과관계를 바꾸어서 생각하면 더 아이러니컬한 업보의 순환처럼 보이지 않을까.




연출 각본 장 마크 발레